등록 : 2014.12.01 20:55

잊지 않겠습니다

책과 바람을 좋아했던 상준에게

목이 터져라 애타게 불러도, 대답할 수 없는 내 아들 상준이에게.

상준아, 비가 와서 무섭고 힘들지? 예민한 내 아들. 먹는 것도 얼마 안 되고 체력도 바닥이어서 항상 걱정이었는데…. 그래도 큰 탈 없이 함께 오래오래 평범하게 잘 살 줄만 알았는데…. 하지만 이제 상준이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안아볼 수도 없게 됐구나. 이렇게 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춥고 어두운, 무섭고 차가운 바닷속에서 엄마를 얼마나 불렀을까? 엄마랑 헤어지기 싫었지? 그곳을 바라만 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이 못난 엄마가 미안해. 엄마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

수학여행 떠나기 전날에도 수학여행 가고 싶지 않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 무언가 나쁜 예감이 들었던 거니? 엄마도 널 수학여행에 보내기 싫었어. 정말이지 보내기 싫었어. 그런데 친구들이 모두 수학여행 다녀와서 재미있게 웃고 떠들면서 추억을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너만 그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할까 봐 가기 싫어하던 수학여행을 보냈단다. 지금에 와서 가슴을 치며 후회하고 있지만, 하나뿐인 내 아들은 돌아오지 않는구나.

상준아, 엄마가 널 사랑한 건 알고 있지? 너와 함께했던 시간 너무 든든하고 고마웠어. 사랑해 상준아. 이제는 편히 쉬렴.


지상준군은


단원고 2학년 8반 지상준(17)군은 책을 좋아했다. 늘 집에서 혼자 책을 읽었다. 용돈을 줘도 다른 데 쓰지 않고 좋아하는 책을 샀다. 엄마가 용돈을 주면서 좀 밖에 나가 놀라고 할 정도였다. 가끔은 소설을 쓴다며 글을 끼적이기도 했다.


상준이는 겉으로 보면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었지만 생각이 깊었다. 가끔씩 철학적인 말을 툭툭 던져 가족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아빠, 엄마, 2살 어린 여동생을 항상 생각했다. 중학생이었을 때 엄마에게 다가와 갑자기 세 번이나 “사랑한다”고 한 적이 있었다. 상준이는 쑥스러워하며 “사람이 하루에 ‘사랑한다’는 말을 세 번 들으면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여동생이 거실에서 잠을 자고 있으면 이불을 덮어주던 오빠였다.


상준이는 바람을 좋아했다. 초저녁에 부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볼을 스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바람을 느낄 수가 있다며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겨 탔다. 상준이는 4월30일 가족 품에 돌아왔다. 엄마는 장례를 치른 뒤, 상준이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으로 데려갔다. 탁 트인 높은 곳에 있는 납골당이라서 상준이가 좋아하는 바람이 잘 불어오는 곳이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