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 김관 | 입력 2014.05.16 21:48

[앵커]
밖으로 나가라는 아빠 말에 "움직이지 말래"..7번째 편지
지금부터 또 가슴아픈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바다의 안전은 해양경찰이'. 단원고 학생 고 신승희 양의 휴대전화에서 복원된 사진에 찍혀있는 해경의 현수막 문구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승희 양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승희 양은 마지막 순간에 부모님과 통화도 하고 문자도 주고받았습니다. 아버지는 승희에게 배 밖으로 나오라고 했지만, 선내 안내방송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바다에서 보내 온 일곱 번째 편지, 김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사고 전날인 4월 15일 신승희 양은 인천항 여객터미널에 모인 친구들을 찍었습니다.

친구들 머리 위로 '바다의 안전은 해양경찰이'라는 현수막이 보입니다.

세월호에 타선 불꽃놀이를 보며 좋아합니다.

[3, 2, 1. 와! 예쁘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선장과 선원들이 배를 탈출하기로 결심한 지 4분이 지난 9시 38분, 승희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구명조끼를 입고 있습니다.

[고 신승희 양 : 엄마, 보고 싶어. 엄마. ]

그리고 12분이 지난 9시 50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변민주/고 신승희 양 어머니 : "엄마 지금 단원고가 네이버에 떴대. 배가 침몰 중이라는데, 엄마 세월호래. 빨리 세월호 쳐봐" 그러더라고요. 저는 농담인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바로 옆에 컴퓨터 있어서 쳐봤어요.]

아빠는 배 밖으로 나오라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선내 방송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승희야 밖에 난간에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안은 위험해. 가능하면 밖으로 나와.]

[움직이지 말래! 너무 심하게 기울어서 움직일 수가 없어. 더 위험해. 움직이면.]

승희는 되레 아빠를 안심시키려 했습니다.

[아빠 걱정하지마. 구조 될 거야, 꼭.]

[신현호/고 신승희 양 아버지 : 팽목항에서 처음 승희를 접했을 때, 제가 울면서 한 말이 "너 바보였다"고 소리를 질렀어요. 몇 번을 나오라고 했거든, 내가…왜 그리 말을 안 듣니. 진짜.]

승희의 다른 동영상엔 친구들과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수학여행 장기자랑 무대를 위해 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연습하는 장면입니다.

이 영상 속 아이들은 모두 희생자가 됐거나 아직 되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춤 연습을 하던 곳은 첫 번째 분향소가 됐습니다.


밖으로 나가라는 아빠 말에 "움직이지 말래"..7번째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