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진실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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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오후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충북NGO센터 대회의실, 청주·청원 보도연맹유족회 회원 70여명이 모인 가운데 한국전쟁 중 억울한 죽임을 당한 민간인 희생자 1500여명의 넋을 기리기 위한 합동추모제가 열렸다.

3일 충북NGO센터에서 열린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2013 청주·청원 합동추모제'에서 유족 등 50여명의 참석자들이 6.25전쟁 당시 집단학살된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올리고 있다. <사진/임동빈>
그러나 민간인 희생자들을 위해 유족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추모제뿐이라는 사실에 그들의 마음은 더욱 무겁다.

2005
2010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가 활동할 당시 일부 진실 규명이 이뤄졌지만 전체 희생자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제도적 장치마저 없다. 국가 차원의 구제책 마련만 기다리는 실정이다.

진실 규명, 전체 희생자의 1.5% 불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을 토대로 2005년 발족한 과거사정리위는 201012월 활동을 종료할 때까지 모두 8450건의 진실 규명결정을 내렸다.

이를 통해 모두 15000여명의 희생자가 억울함을 풀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유족회에 따르면 전국 희생자 수는 10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여전히 대다수가 진실규명을 하지 못한 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사정리위의 활동 기간에 비해 진실 규명 결정이 저조한 이유는 실제 신청을 받은 기간이 200512월부터 단 1년에 불과했기 때문.

진실 규명 결정을 받지 못하면 국가배상도 사실도 기대할 수 없다.

최근 대법원은 과거사정리법이 국가의 불법행위를 일괄 정리하려는 시도인 만큼 진실규명 조사 절차가 진행될 당시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면 뒤늦게 배상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놓았다.

결국 대법원의 판결대로라면 과거사정리위의 활동이 끝난 현 시점에서 100만명에 가까운 희생자가 법적으로 구제받을 방법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국가 차원 구제책 법제화 절실
과거사정리위가 활동을 접은 직후 전국유족회는 98개 지역 유족회와 함께 자체적으로 미신고자 접수를 하고 있다.

피해자 숫자를 보다 객관화해 정부를 상대로 과거사정리위의 활동 재개나 구제책의 법제화를 호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3년간 접수 건수가 700여건에 그칠 정도로 성과가 미진한 상태다.

현재로선 국회 차원의 관련법 제정이 가장 빠른 길이다.

실제 민주당 이낙연 국회의원이 발의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희생사건 등 과거사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기본법안' 등 관련 법안 6개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여러 정치 쟁점과 민생법안에 밀려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지다 보니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박만순 함께사는 우리대표는 민간인 희생자 진실 규명은 단순한 보상문제가 아닌 역사적 진실을 올바르게 바로잡는 작업이라며 이들의 일괄 구제를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법제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삭>

이삭 (isak84@naver.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