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23 20:51

잊지 않겠습니다

다재다능했던 주희에게

나의 사랑하는 딸 주희에게.

꿈아~. 나의 사랑하는 딸이자 내 곁에 있는 유일한 친구. 어디 있어? 늦은 밤 열쇠를 안 가져가도 밖에서 “주희야” 하고 부르면 자다 말고 뛰어나오던 내 딸. 언제라도 볼 수 있는 내 딸인 줄만 알았지. 네가 없으니 이렇게 그립고 아플 줄 엄마는 몰랐단다.

주희야~. 아무리 불러도 좋은 이름, 내 딸 주희. 그리움이, 간절함이 엄마한테 힘이 되고 버팀목이 되도록 “파이팅!” 해줄 거지? 엄마 딸, 우리 주희와 엄마는 아직도 하나야. 앞으로도 영원히 하나일 거고. 너무 보고 싶고 그립고 사랑해. 우리 딸을 위해 엄마가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다 갈게. 기다려줘.

너무 보고 싶다, 내 딸. 엄마가 세상을 너무 몰라서 우리 딸을 잃었지만 엄마가 더 노력해서 진실만큼은, 억울함만은 풀 수 있게 우리 주희가 힘을 줘. 미안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주희야. 엄마한테 자주 와. 안고 싶다 내 딸.

엄마가.


김주희양은


단원고 2학년 10반 김주희(17)양의 꿈은 ‘돈을 많이 벌어서 엄마와 함께 평생 사는 것’이었다. 주희는 엄마와 친구처럼 지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주희의 별명은 ‘마마걸’이었다. 친구들이 놀러 가자고 해도 항상 엄마에게 이야기하고 허락받고 가던 아이였다. 늦게 들어오면 엄마가 걱정할까 봐 친구들과 놀다가도 저녁 7시만 되면 집에 들어왔다. 엄마와 함께 나가 쇼핑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엄마는 딸을 ‘꿈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주희가 엄마의 꿈이고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외동딸 주희는 엄마의 모든 것이었다.


학교에서는 ‘마당발’이라고 불릴 정도로 친구도 많고 다재다능했다. 공부도 잘했지만 그림과 글짓기에도 소질이 있어 상을 여러 번 탔다. 태양광 자동차를 만들어 과학경연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보름여 전이었던 3월29일은 주희의 생일이었다.


4월16일 아침,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엄마는 딸에게 애타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딸의 목소리를 끝내 들을 수 없었다. 주희는 4월22일 엄마의 품에 돌아와, 지금은 안산 하늘공원에 잠들어 있다.


엄마는 딸의 방에서 물건들을 살펴보다가, 주희가 ‘엄마에게 잘못했고 미안하다’고 써 놓은 쪽지글을 발견했다. 오래전 주희가 엄마랑 다퉜을 때 혼자 방에 들어와 끄적여 놓은 글이었다. 엄마는 아직도 주희의 방과 주희가 사용하던 물건들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