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0.07 20:31

[잊지 않겠습니다]

제빵사 되고 싶다던 다빈에게 언니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동생에게.


다빈아, 언니야. 잘 지내고 있지?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잘 모르겠다. 4월16일 이후 시간은 물 흐르듯이 지나고 있지만, 내 마음은 그날에 멈춰 있는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너의 빈자리가 크게만 느껴진다. 너랑 나는 다섯살 차이가 나는데도 왜 그리 싸울 일이 많았던지…. 이제는 싸웠던 날조차도 그리워진다.


돌아보니까 언니가 대학 다닐 때는 평일엔 학교 다닌다고, 주말엔 알바한다고 바빠서 너랑 함께 보낸 시간이 많지 않았네. 대학을 졸업하니 회사일이 바빠서 야근도 잦고, 주말에도 출근을 하느라 너랑 시간 보낸 일이 너무나도 적었구나.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맛있는 것 많이 사주지도 못하고, 좋은 데 같이 놀러가지 못해서 미안해. 지금은 네가 우리 가족 곁에 있지 않지만, 항상 마음속에 함께 있다는 걸 잊지 않을 거야. 엄마랑 아빠는 너무 걱정하지 마. 큰딸인 언니가 있잖아.


다음 생에도 내 동생으로 꼭 태어나 줘. 이번 생에 못해 줬던 거 다음 생에 다 해줄게. 약속해. 다음 생에선 아프지 말고 네가 하고 싶었던 거 다 했으면 좋겠다. 하늘나라에선 선생님,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지? 너무너무 보고 싶다. 먼 훗날 다시 만나자.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너의 하나뿐인 언니가.



정다빈양은


단원고 2학년 9반 정다빈(17)양의 어릴 적 꿈은 소설가였다. 엄마와 아빠가 책을 많이 사줘서 다빈이는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됐다. 친구들이 ‘책벌레’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였다. 특히 판타지 소설을 즐겨 읽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제과제빵사도 되고 싶어했다. 빵을 만드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생긴 꿈이었다. 손재주가 좋아 빵을 잘 만들었다. 동아리에서 만든 빵을 집에 가져와 가족과 나눠 먹곤 했다.


막내딸인 다빈이는 주관이 뚜렷한 성격이었다. 고집은 좀 있었지만 온순했다. 맞벌이를 하는 엄마와 아빠를 위해 집안일도 잘 도왔다.


세월호가 기울기 직전이었던 4월16일 오전 7시10분께 엄마는 딸과 전화 통화를 하며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수학여행 잘 다녀와라”고 말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사고 소식을 들은 엄마는 다빈이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4월24일 엄마의 품에 돌아온 다빈이는 지금 안산 하늘공원에 잠들어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