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0.16 20:35수정 : 2014.10.16 22:19


그림 박재동 화백

잊지 않겠습니다

‘돈 벌어 엄마 펜션 사주겠다던’ 김민규군

사랑하는 민규에게.

민규야, 오늘따라 하늘이 무척이나 높고 파랗구나. 벌써 가을이야. 민규가 가을을 좋아했는데. 그곳에서 잘 지내지?

엄만 하루종일 민규 생각해. 밥을 먹다가도 울컥해. 밥알이 넘어가지 않고, 길을 걷다가 아이들을 보면 민규 어릴 적 생각나. 학생들을 봐도, 연인들이 웃으며 지나가면 우리 민규도…. 엄만 이렇게 하루하루 지내고 있단다. 아들, 엄마 보고 있지?

아들이 슬퍼할까 봐 울지 말아야지 하는데, 엄마 눈엔 눈물이 마르지 않는구나. 수학여행 간다고 얼마나 기뻤는데. 추억 많이 만들고 사진 많이 찍고 조심히 다녀오라 했는데. 그 여행이 마지막 여행일 줄이야.

민규야, 너의 이름만 불러도 아리고 쓰리니, 이 긴 세월을 너 없이 어떻게 살지? 엄마에겐 민규가 희망이요, 삶의 활력소였는데, 네가 없다고 생각하니 희망도 없고 의욕도 없구나. 그래서 엄마는 우리 민규가 행복해하는 모습만 기억하려 해.

네가 그랬지. “엄마 난 사는 게 너무 행복해”. 학교생활도 재미있고 주말이면 친구들과 대학교, 청계천 다니며 얼마나 좋아했는데, 얼마나 행복해 했는데…. 네가 좋아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구나.

민규야, 엄마도 너와 승규랑 함께 할 때가 너무 행복했어. 엄만 다 기억해. 그리고 고마워. 엄마가 우울해 보이면 기분 풀어주려고 핸드폰 가져와 개그콘서트 보여주며 웃게 하는 아들. 엄마가 아프면 뛰어가 약 사다주던 아들. 얼마나 다정다감한 아들이었는데.

민규야, 내 아들, 금쪽같은 내 아들, 네가 없는 이 세상 정말 싫다. 그래도 엄마가 살 수 있는 건 너의 동생이 있고, 네가 엄마 꿈에 한 번씩 놀러 와줘서 그나마 엄마가 버티고 있어. 민규야, 우리 꼭 다시 만나자. 그때도 엄마 아들로 만나자. 그때는 더 많이 사랑해주고 잔소리도 안 할게. 그때까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행복하게 지내.

사랑한다. 아들아. 짧은 생이었지만 엄마 아들로 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사랑하고 보고 싶고 만지고 싶다. 내 아들 민규. 엄마가.


김민규군은


“엄마는 꿈이 뭐야?”

어느 날, 민규가 엄마에게 대뜸 물었다. “나는 나중에 시골에 펜션 지어놓고 아들들이 놀러 오면 고기나 구워 먹으면서 살고 싶어.” 엄마는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50살이 넘으면 돈 많이 벌어서 꼭 엄마한테 펜션 사줄게.” 민규가 약속했다.


단원고 2학년 6반 김민규(17)군의 꿈은 엄마에게 펜션을 사줄 정도로 성공한 사업가가 되는 것이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회사에 다니며 돈을 모아 40대 중반이 되면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하곤 했다.


4월16일 세월호 사고가 난 뒤 애타게 아들 소식을 기다리던 엄마는 6일째인 21일, 다른 엄마들과 함께 배를 타고 사고 해역으로 향했다. 아들이 사라진 바다 위에서 한 시간 넘게 “빨리 나와달라”고 민규에게 말했다. 다음날 민규는 엄마에게 돌아왔다.


10월10일은 민규의 생일이었다. 엄마는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잠들어 있는 민규를 찾아가 새 휴대전화를 생일선물로 줬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