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0.26 20:55수정 : 2014.10.27 15:44

잊지 않겠습니다

역사선생님 꿈꿨던 정현이에게

정현아, 나의 정현아.

내 곁을 떠날 걸 예감한 거니? 왜 그렇게도 사랑스럽게만 했었니. 엄마 투정도 다 받아주고, 엄마 돈 없을까 봐 눈치 먼저 살피고. 그런 네가 안쓰러워 엄마가 더 챙겨주고 싶었어.

너는 중학교까진 축구만 좋아했지. 박지성이 롤모델이었고, 손흥민을 좋아했던 네가 어느 날 말했었지. “엄마 제가 우리 집 가문영광을 만들어 드릴게요.”

중학교 때까진 성적이 하위권에서 돌던 네가 고등학교 들어가선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저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단다. 그러던 중 네가 코를 샐룩거리며 통지표를 가져오면서 자랑했었지. “반에서 6등!” 기특하고, 멋지고, 자랑스러웠던 내 아들.

어느 날은 엄마에게 발톱 잘라달라고 아기처럼 애교도 부리고, 어느 날은 같이 꼭 껴안고 누웠다가 문자가 오면 엄마에게 팔베개해주며 문자를 했던 내 아들아. 이런 아들을 어떻게 장가보낼까 했었는데….

“엄마는 개미 엉덩이, 엄마 배꼽은 너무 깊어 물을 담아도 되겠어”라며 코에 뽀뽀도 해줬지. 엄마를 이만큼 사랑하고 있다고 확인해준 나의 왕자 정현님.

꽃 한번 활짝 피워보기도 전에 내 품을 떠난 아들아. 너를 생각하면 뼈와 살이 찢기다 못해 녹아 없어지는 것 같구나. 너의 손 잊을 수가 없어. 만져보기라도 할 수 있으면…. 널 언제나 안아볼 수 있을까.

그날이 빨리 왔음…. 천국에서 만날 그날이. 엄마 아들 그때까지도 우리 잊지 마. 하나님과 행복하게 있어줘. 우리 가족 위해서도 예수님께 부탁해줘. 다시 꼭 만날 수 있도록.

사랑해. 나의 분신 김정현, 박상희 아들 영원히 사랑해.


김정현군은

단원고 2학년 4반 김정현(17)군. 정현이는 중학교 때까지는 축구 선수가 꿈이었다. 국내 축구 선수는 물론 웬만한 외국 축구 선수 이름은 줄줄이 꿰고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공부에 취미를 붙였다. 단원고 선생님들은 “많은 학생들을 가르쳐 봤지만, 정현이처럼 열심히 공부해 성적을 올리는 아이는 처음 봤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정현이는 세계사 교과서를 모두 외우다시피 할 정도로 역사 공부에 빠졌고,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에 들어가고 싶어했다.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영향으로 아들이 달라졌다고 엄마는 전했다. 수학여행을 다녀와서 이 선생님을 다시 만나 진로를 상의하려던 정현이는 세월호 사고 9일째인 4월24일 엄마 품에 안겼다. 정현이는 선생님을 만나지 못하고 경기도 안산 하늘공원에 잠들었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