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03 21:03

잊지 않겠습니다

영어교사 꿈꾸던 지윤에게 가족이

사랑하는 내 딸 지윤아.

우리 지윤이를 떠나보낸 지도 벌써 200일이 넘었는데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아. 천국에 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도, 때로는 문득 엄마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아.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데 내 딸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현실이 너무 싫다.

지윤아,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신앙생활 예쁘게 잘해줘서 너무 고마워. 이렇게 엄마 곁을 빨리 떠날 줄 알았으면 더 잘해주고 따뜻하게 해줄걸. 후회가 많이 돼. 미안해.

지윤아,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어. 엄마 부탁, 아니 소원이 있다면, 꿈속에 한번만 와줘. 우리 지윤이 꼭 안아주고 싶어. 그리고 많이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어. 지윤아 정말 정말 보고 싶다. 엄마, 아빠, 태경이, 태웅이 열심히 살게. 이 다음에 천국에서 꼭 만나자.

-영원한 내 딸 지윤이를 그리워하는 엄마, 아빠가

누나 천국은 어때? 천국은 행복해? 누나와 함께한 추억들이 그리워. 누나 보고 싶어. 누나, 나중에 천국에서 날 마중나와 있어줘. 누나에게 꼭 갈게. 누나 기다려줘.

-지윤이 둘째 동생 태웅이가

누나 보고 싶어. 천국에서 잘 지내고 있지? 여태까지 시비 걸어서 미안해. 누나, 우리 나중에 가족끼리 웃으면서 만나자. 그때까지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있어야 해.

-지윤이 첫째 동생 태경이가


김지윤양은

“꿈은 높게 갖고 최선을 다해라. 그러나 마음먹은 대로 일이 안 되면 포기하고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


단원고 2학년 2반 김지윤(17)양에게 엄마는 늘 이렇게 말했다. 지윤이의 꿈은 연세대 영어영문학과에 들어가 영어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성적이 최상위권은 아니었지만, 영어를 좋아했다.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인 두 남동생을 둔 지윤이는 부모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다. 맞벌이를 하느라 바쁜 엄마를 위해 청소와 설거지를 했다. 남동생들도 잘 돌봐줬다. 두 남동생과 달리 비싼 옷도 없었다. 엄마가 비싼 옷을 사주려고 하면 늘 “필요없다”고 손사래 치던 아이였다.


4월15일 아침, 지윤이는 여행 가방을 끌고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때 본 딸의 뒷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지윤이는 그날 저녁 엄마에게 ‘안개가 끼어서 수학여행 못 갈 것 같다’는 마지막 문자를 보냈다. 다음날 아침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엄마는 지윤이에게 애타게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지윤이는 4월 29일 친한 친구였던 2학년 1반 박성빈(17)양과 함께 세월호 5층 로비에서 발견됐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