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05 22:49수정 : 2014.11.06 09:27

그림 박재동 화백

잊지 않겠습니다

유치원 원장 되려 했던 찬호에게 엄마가

그립고 보고 싶은 우리 아들 찬호에게.

집안에 막내로 온갖 애교 부리며 온 집안에 웃음꽃이 되어주던 찬호를 못 본지 벌써 200일이 지나버렸구나. 엄마 뱃살을 만지며 자던 아들, 엄마 배에 삼각 김밥을 만들어주던 아들. 엄마 배에서 엄마 냄새가 난다며 냄새를 맡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기만 한데…. 수학여행을 떠나며 엄마 볼에 살짝 뽀뽀도 해주며 “엄마 걱정하지마 잘다녀올께”하던 애교쟁이 우리 아들.

엄마는 아직도 찬호가 수학여행 가있는 것 같고, 금방이라도 현관문을 열고 “잘 다녀왔습니다”하고 들어와서 엄마에게 안길 것만 같아서 아직도 찬호 방을 그대로 두고 있단다. 모든 것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우리 찬호만 그 자리에 없구나. 6학년 때 신장 하나 잃어버리며 우리 가족들 모두 깜짝 놀라게 하고 엄마, 아빠 걱정할까 봐 한 번도 아픈 내색을 안 하던 속 깊은 아들. 건강 되찾아 곁에 있어 주었던 착한 아들이었기에, 이번에도 그 무섭고 차가운 바다에서 꼭 살아 돌아오리라 믿었건만…. 결국 엄마 곁을 떠나 그렇게 좋아하던 친구들과 함께 하늘나라로 가버렸구나.

사랑하는 찬호야, 찬호가 지금 있는 곳이 어떤 곳인지 엄마는 짐작할 수도 없어서 매일 네가 있는 절에 가서 좋은 곳에서 행복하고 찬호가 바라는 모든 것 이루며 살아가라고 기도 밖에 할 수가 없구나. 찬호야,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 곁에 와서 엄마 아들로 짧은 생을 살다간 우리 아들. 엄마, 아빠, 형아는 찬호가 있어서 16년 8개월 21일 동안 너무도 행복했단다. 고맙다, 아들.

매일 매일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만져보고 싶은 찬호야. 하늘나라에서도 항상 웃으며 아픔도 슬픔도 없이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찬호에게 못다한 사랑 형에게 부족함 없이 주고 찬호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릴게. 엄마가 다시 만나는 날, 우리 찬호 많이 많이 안아줄게. 형아가 찬호를 너무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랑했던 거 찬호도 잘 알고 있지? 엄마는 우리 아들들의 우애를 볼 때마다 너무도 행복했었단다. 찬호야, 가끔 찬호가 좋아하던 구름으로 엄마에게 이야기해다오. “엄마, 나 여기에 잘 있어요”라며 “나 한번 봐주세요 ”하고 가끔 이야기도 해주렴.

8월17일에는 법륜 스님이 주신 염주를 찬호 위에 올려주고 왔는데, 우리 아들이 엄마 꿈속에 나타났어. 꿈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큰 계곡물이 흐르고, 길이 끊어져 있는 거야. 그런데 찬호는 그곳을 건너가야 한다며 엄마에게 데려다 달라고 했어. 엄마가 차에서 내려 검은 차가 한 대 서있기에 “아이가 저곳으로 건너가야 하는데 못 건너가고 있어요”라고 했더니 뒷좌석에 앉아 있던 검은 양복을 입으신 분이 “아이만 줘라, 내가 건네다 줄테니”하는 거야. 그래서 찬호를 건네 주고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고개를 드는 순간 벌써 계곡 너머로 건너가 “엄마 잘 갔다 올게요”하며 환한 웃음으로 엄마에게 인사를 건넸단다.

엄마, 아빠 보러 왔다가 못 가나 싶어 걱정이 되어, 엄마는 절에 가서 초 하나 밝혀 주었구나. 엄마가 밝혀준 밝은 빛 따라 꼭 극락세계로 가라고 간절하게 기도드렸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 미안해. 이제 엄마는 찬호 위해 매일 기도할게. 찬호와 엄마의 약속, 매일 찬호 위해 기도하겠다는 약속 지킬게. 그리고 찬호의 억울한 희생이 헛되지 않게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왜 착하고 애교 많고 소중한 우리 찬호를 엄마 곁에서 빼앗아갔는지 꼭 진실을 밝혀줄게. 다시 만나는 날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도록 노력할게. 꼭 밝은 빛 따라 극락왕생하여 행복하게 있기를 기도할게.


전찬호군은

단원고 2학년 7반 전찬호(17)군은 아이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유치원 원장이 되고 싶어 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4살짜리 사촌 남동생과도 곧잘 어울려 놀았다. 6살 많은 형도 잘 따르던 밝고 순수한 학생이었다.


성격도 착하고 온순해서 집에서는 딸 같은 막내아들이었다. 엄마 뱃살을 만지면서 애교를 부리기도 했고, 거실에서 이불을 펴놓고 자주 엄마랑 잠을 잤다. 4월15일 아침, 찬호는 “잘 다녀올게”라며 엄마의 볼에 뽀뽀를 하고 수학여행을 떠났다.


다음날 아침, 찬호가 탄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급히 전남 진도로 달려갔다. 5월14일, 찬호가 물 밖으로 나왔다. 아버지는 팽목항 시신확인소에서 아들을 끌어안고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지금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명선(43)씨가 찬호의 아버지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