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2.21 17:33

제주4·3사건 유족들의 숙원인 4·3국가추념일 지정을 앞두고 보수진영의 ‘4·3흔들기’가 노골화되고 있다.

새누리당 제주도당 고문인 박찬식(전 제주도 부지사)씨는 21일 지역 일간지에 5단 광고를 내고 “4월3일을 추념일로 지정하면 4월3일 이후의 과잉진압 과정에서 억울하게 희생자 자를 추념하는 것이 아니라 4월3일 지서를 습격한 공산주의자들을 추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추념일 날짜 변경을 요구했다.

그는 또 “과잉진압 과정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자에 한해서 추념할 수 있도록 추념행사 전에 ‘비정상 위패’를 제거해 정상화 하도록 하는 부관을 개정안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지난 18일 이와 관련된 개인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보수우익인사들로 구성된 제주4·3정립연구유족회도 이날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식과 절차가 무시된 4·3추념일 지정을 우려한다”며 4월3일의 국가추념일 지정 변경과 제주4·3평화공원의 전시물 교체, 정부의 <제주4·3사건 진상조조사보고서> 재작성 등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제주도당 박 고문의 발언이 60년 이상 고통 속에 살아온 유족들의 아픔에 상처를 내는 매우 중대한 침해행위”라며 새누리당 도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제주4·3관련 단체들은 “4·3 추념일 지정 자체를 반대하던 보수세력이 최근에는 날짜 변경을 요구하는 등 집요하게 4·3흔들기를 시도하면서 화해·상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보수세력의 딴지걸기를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새누리당 도당은 박 고문이 개인 성명을 발표하자 출당 조치 등 강경한 조처를 취하기로 하고 20일 윤리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파문 진화에 나섰으나 박 고문은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제시일 뿐 해당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4·3희생자 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기 위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입법예고 기간인 27일까지 수렴한 뒤 절차를 거쳐 4월3일 이전에 국가기념일 지정을 끝낼 계획이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