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ressEngine ver.2

글 수 1,141
  등록 :2016-01-04 11:05수정 :2016-01-04 14:47
강금실 전 장관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한 페북 글
강금실 전 장관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한 페북 글

한-일 위안부 합의에 소회 밝힌 페북 글 화제

“할머니들 존엄성 존중하는 경건한 절차 필요”

“적어도 피해를 입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경건하며 섬세한 절차가 필요할 것이며 그 과정에 의미를 담아 잘 이끌어가는 선진화된 정치가 필요할 것이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방법에 대해 올린 글이 누리꾼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강 전 장관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안부 문제가 공개되기 시작한 건, 1991년에 와서였다’고 한다”면서 “그때 처음 말문을 연 할머니를 면담하는 일을 한 후배 여성변호사가 그 경험을 들려주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위안부로 끌려간 한 소녀의 일화를 소개했다. “밭에서 일하고 있던 한 소녀는 당시 일본인 경찰이 트럭을 몰고 와서 차에 타라 하니 거절도 못하고 머뭇거리며 차에 오르는데, 저 멀리서 아버지가 달려오며 ‘차 타지 말라’고 손을 내젓는 걸 보았다. 그러나 차는 이미 출발했고 그렇게 끌려갔다 다시 아버지를 만날 수도 없었고, 한 소녀의 가냘픈 삶은 전장에서 잔인하게 짓밟혔다.” 이어 그는 “나의 후배는 이 이야기를 듣고, 너무 부들부들 떨려 맘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강 전 장관은 “이 불가역의 사건에 대한 사과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적어도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경건하며 섬세한 절차가 필요할 것이며, 그 과정에 의미를 담아 잘 이끌어가는 선진화된 정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사례가 중국 정치인 주은래의 일본 전범을 다룬 방식이다”라며 “전범(전쟁 범죄자)은 반성하는 법이 없다. 그런데 주은래는 참회를 요구했고, 참회할 때까지 반성문을 쓰게 했다. 처음엔 건성으로 위선으로 응하던 전범들도 반복되는 과정에서 외면했던 자신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마주하게 됐고 결국은 참회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고 가벼운 처분을 받은 후 일본으로 돌아가, 일본의 (전쟁에서의) 만행을 공개하고 선을 호소하는 사람들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사과는 회개가 있어야 가능하며, 그 사과는 가해자의 존엄을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며 “그렇지 않은 국가와 인간은 아무리 근사하게 치장해도 야만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부득이 야만을 용인하는 거라고 오인해선 안 된다”며 “야만과 싸우며 더 나은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헌신이 정치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역사의 아픔과 수치를 기억하는 이유는, 한 공동체가 기억을 잃고 야만으로 회귀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기억의 정치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우리는 무엇이든 망각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했다.

강금실 전 장관은 2000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을 지냈다. 2003년 참여정부 시절에는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법무법인 원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번호
제목
글쓴이
781 새 책! 『피지털 커먼즈 ― 플랫폼 인클로저에 맞서는 기술생태 공통장』 이광석 지음
도서출판 갈무리
2021-10-28 5489
780 일본군과 미군의 점유를 거쳐 100년만에! '드디어 시민의 품에'..첫 손님맞이!
[관리자]
2014-04-16 5495
779 세월호 가족대책위 진상규명 성명서 [전문]
[관리자]
2014-05-17 5495
778 법원 “빨치산 신고했다 되레 총살, 국가배상하라” / 한겨레
[관리자]
2013-03-04 5497
777 절대로 잊지 않을게. 시연아~.
[관리자]
2014-08-13 5497
776 [개강임박] 영화, 철학, 예술, 소설창작, 프랑스어 등의 강좌가 10/7(월) 시작됩니다!
다중지성의 정원
2013-10-07 5500
775 4·3항쟁 65돌 위령제, 추모와 기억의 ‘대동놀이’
[관리자]
2013-03-29 5520
774 이 죽음을 숫자로만 남기지 않으려 ‘슬픈 만인보’를 씁니다
[관리자]
2014-07-17 5541
773 국가기관 인정 않는 대법원 / 경산
[관리자]
2013-07-16 5543
772 [인권연대] 제 11기 연대를 위한 인권학교가 열립니다 !!!
인권연대
2013-04-30 5544
771 무릎꿇은 두 총리 "해서는 안되는 일을 했습니다"
[관리자]
2015-08-13 5544
770 학살된 영혼들에 대한 ‘祭儀’ / 문화일보
[관리자]
2013-09-11 5551
769 “6자회담 무용론 나오지만 북 얽어맬 틀 대안은 없어” / 한겨레
[관리자]
2013-02-15 5559
768 제4회 동학농민혁명대상 수상 후보자 접수 / 일간 전북
[관리자]
2014-03-27 5564
767 전 살고싵어요! 세월호 미공개 동영상.."숨이 턱끝까지, 살고 싶어요"
[관리자]
2014-07-18 5568
766 못난 조상 되지 말자던…광복절에 더 그리운 장준하
[관리자]
2015-08-18 5570
765 ‘노근리 63돌 위령제’ 26일 열려 / 한겨레
[관리자]
2013-07-23 5572
764 정부 외면에…‘금정굴평화재단’ 유가족 힘으로 출범 / 한겨레
[관리자]
2013-08-26 5575
763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관리자]
2015-06-02 5580
762 새 책! 『도둑이야! ― 공통장, 인클로저 그리고 저항』 피터 라인보우 지음, 서창현 옮김
도서출판 갈무리
2021-10-14 5588

자유게시판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