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0.28 20:53수정 : 2014.10.28 21:30

잊지 않겠습니다

약사가 꿈이었던 민정에게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엄마 아빠의 소중한 보물 민정아.

어젯밤 너무 늦어서 약 대신 캔맥주를 마시고 잠이 들었단다. 너무나 안아보고 싶었던 나의 공주님, 우리 민정이가 꿈속에서 드디어 엄마에게 와주었지. 널 보자마자 얼굴을 만지며 엄마가 말했었지. “너 진짜 살아 있었구나.” 우리 민정이의 양 볼에서 따뜻한 체온이 엄마의 손과 엄마의 가슴에 전해졌단다.

우리 민정이의 단정한 모습 그대로였지. 그런데 그 짧은 만남에 널 안아볼 기회를 놓쳐버렸단다. 꿈에서 깨어나고선 “민정아, 민정아” 하며 얼마나 이름을 불렀었는지. 옆에서 자고 있는 언니까지 깨울까 봐 걱정이 될 정도로 불러 봤지만, 우리 민정이는 또 그렇게 사라져 버렸지.

그래도 엄마는 어제의 만남이 너무나 좋았단다. 예전처럼 엄마를 안아주지도 웃어주지도 않았지만, 또 다음을 기다릴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단다. 민정아, 고마워. 내 새끼, 너무 고마워. 처음 꿈에서는 “엄마, 나 살아왔어”라며 우는 목소리만 들렸지. 두번째는 민정이가 멀리서 말없이 엄마를 바라봐주더라. 이제 세번째 만남에 우리 딸의 얼굴이라도 만져볼 수 있어서 엄마는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단다. 우리 딸의 따뜻한 체온을 느꼈을 때 정말 네가 살아 있다는 걸 믿을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단다.

민정아, 앞으로 힘들면 엄마 꿈에 와서 엄마 품에서 자고 가렴. 혼자 있는 게 죽을 만큼 힘들면 그때는 엄마를 불러주렴. 우리 민정이가 한번 더 엄마를 불러주면 그때는 꼭 너의 곁에 있어줄 거니까. 알겠지? 사랑해, 아가야.♡


김민정양은

단원고 2학년 10반 김민정(17)양은 약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엄마에게 늘 “나중에 내가 약국을 차리면 가게를 봐달라”고 했다. 학교에서는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을 잘 도와주는 착한 아이였다. 성격이 활달하고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했다.

김민정 양의 학교 책상.

집에서는 엄마, 아빠, 언니에게 늘 웃음을 줬다. 스킨십을 좋아해 엄마, 아빠를 자주 껴안았다. 애교가 많은 막내딸이었다. 조금 엉뚱한 구석도 있어 언니에게는 4차원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엄마와 아빠의 생일만 되면 언니와 손수 케이크를 만들어서 선물하던 딸이었다. 주말에 엄마가 출근하면 일찍 일어나 도시락도 싸줬다.


민정이가 수학여행을 떠난 4월15일은 엄마와 아빠의 결혼기념일이었다. 다음날 아침 세월호 사고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민정이에게 애타게 전화를 했지만 민정이는 받지 못했다. 일주일 만에 가족 곁에 돌아온 민정이는 지금 안산 하늘공원에 잠들어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