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06 22:18수정 : 2014.11.07 09:19

그림 박재동 화백

잊지 않겠습니다

소설가 꿈꿨던 성호에게 아빠가

아들 성호에게.

보고 싶다. 울 아들. 네가 떠나고 6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네게 편지를 쓰게 되어 미안하다. 차마 쓸 수가 없었다. 편지를 쓰려고 몇 번이나 했는데 그것조차 고통이었다. 그때의 네 생각이 나서, 너의 고통이 떠오를 때마다 견딜 수 없어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보고 싶다. 내 아들 성호야. 그리고 사랑한다. 네게 너무나 인색했던 말이었다. 사랑한다 우리 아들. 엄하기만 하던 이 아빠는 왜 그 말을 자주 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만 계속하고 있다. 사랑한다. 보고 싶은 우리 성호. 너에게 보여줄 세상이 너무나 넓은데 이제 보여줄 수 없구나. 너와 함께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은데 이젠 같이 할 수 없구나.

너와 너의 엄마에게 좋은 아빠와 훌륭한 남편이 되고 싶었던 나는, 열심히 일을 하는 게 그런 아빠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게만 살아왔던 것 같아. 네 엄마가 늘 너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해주라고 할 때마다 너를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야단만 치는 엄한 아빠의 모습으로만 보여졌던 것 같다. 그런 모습의 아빠를 너는 원하지 않았을 텐데, 나는 너의 의견을 누르고 나의 생각만을 강요하며, 억누르는 아빠였던 것 같다. 미안하다. 용서해다오.

6개월이 지나서면서 남겨진 너의 흔적을 찾아낼 때마다 너의 엄마는, 그리고 나는 너무나 네가 보고 싶다. 그리고 네가 지금 엄마, 아빠 곁에 있다는 걸 믿는다. 4월16일에 네가 살려달라고 외치던 글도 보았고 친구들과 부디 살아서 만나자고 서로를 위로한 글도 보았다. 엄마에게 “걱정마세요. 살아서 갈게요”라고 위로했던 글도 보았다. 복원된 CCTV를 통해 복도를 거닐던 너의 모습도 어제 보았다.

보고 싶다. 우리아들 성호. 그냥 그것뿐이다. 널 보고 싶을 뿐이고. 널 만져보고 싶을 뿐이다. 그냥, 그것뿐이다. 사랑한다. 우리 아들 성호. 사랑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그리고 성호야. 엄마는 걱정하지마. 수학여행 가기 전날 엄마 안아주면서 혼자 있을 엄마 걱정에 밥 안먹고 굶고 있을까봐 걱정했다는거 엄마한테 들었다. 그말 하면서 엄마가 많이 울었다. 성호 대신 아빠가 엄마랑 계속 같이 있어 줄께. 걱정하지말고 친구랑 즐겁게 노렴. 편하게 쉬기를 바래.


최성호군은

단원고 2학년 4반 최성호(17)군의 꿈은 소설가가 되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이런 꿈이 생겼다. 공부도 잘했고, 피아노 등 악기도 잘 다뤘다.


성호는 외아들이었다. 엄마, 아빠는 성호가 어디 가서 “외둥이라 버릇없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려고 아들을 좀 엄하게 키웠다. 성호는 그런 부모의 뜻에 따라 예의 바르고, 마음이 따뜻한 착한 아이로 자라 줬다.


세월호가 침몰한 4월16일 아침, 엄마는 성호에게 애타게 전화를 했지만 성호는 받지 못했다. 오전 10시7분, 성호는 엄마에게 “전파가 잘 안 터져. 걱정하지 마. 살아서 갈게”라는 짤막한 문자를 보냈다. 배가 상당히 기운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보낸 마지막 문자메시지였다.


말레이시아에서 파견 근무를 하던 아빠는 외아들의 사고 소식을 전해듣고 허겁지겁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12월 마지막으로 봤던 아들은 4월20일 차가운 주검으로 아빠의 품에 돌아왔다. 성호는 여름방학에 아버지를 만나러 말레이시아에 가려고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비행기표를 예약했었다. 아빠는 지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야 나중에 만날 아들에게 덜 미안할 것 같아서다.


김일우 김기성 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