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12 20:37수정 : 2014.11.12 23:12
그림 박재동 화백 |
잊지 않겠습니다
고하영양은
단원고 2학년 9반 고하영(17)양은 책 읽기를 좋아했고 공부도 잘했다. 시험 기간만 되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독서실에서 공부를 했다. 엄마는 하영이 방에 있는 물건을 거의 다 치웠지만, 책상만큼은 치우지 못했다. 딸이 늘 앉아서 공부를 했던 곳이라서.
하영이는 국어를 좋아했다. 이화여대에 진학해 선생님이 되겠다고 늘 말했다. 이화여대에 다니는 어떤 언니한테서 영어 과외를 받고 난 뒤 생긴 꿈이었다. 그 언니와 이화여대 캠퍼스를 자주 구경하러 갔다고 한다.
오빠 둘을 둔 막내딸이었던 하영이는 성격이 활발하고 스스로 모든 일을 알아서 했다. 엄마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되고부터는 일요일에 식사를 차려주지 않았다. 대신 ‘각자 원하는 것 알아서 해 먹는 날’로 정했다. 하영이는 늘 ‘스파게티 담당’이었다. 엄마를 위해 집안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엄마와는 주말만 되면 함께 영화 보고 쇼핑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던 친구 같은 딸이었다.
4월16일 아침, 하영이가 탄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아빠는 딸에게 애타게 전화를 했지만,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다. 전날 저녁 “아직 배가 출발 안 하고 있다”며 엄마와 통화한 것이 하영이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하영이는 4월25일 가족들의 품에 돌아왔다. 나흘 뒤인 4월29일, 하영이의 장례식이 있었는데 이날은 하영이의 생일이었다. 그래서 하영이는 생일과 기일이 같다. 지금 하영이는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경기 안산 하늘공원에 잠들어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