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10 15:51수정 : 2014.08.10 16:01


“나비가 되어버린 친구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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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의 전동성당 앞에서 전주 지역 여고생들이 ‘세월호 유가족 십자가 순례단’을 맞고 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나비가 되어버린 친구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 전면 철회. 저희도 기억하고 있어요. 아빠, 힘내세요.”

10일 오전 11시께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에 위치한 전동성당 앞에서 고교생 7명이 손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며 세월호 유가족 십자가 순례단을 맞았다. 김선오(17·성심여고 2학년)양은 “내용 없는 세월호 특별법 합의로 안타까운 마음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나왔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경기 안산 단원고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와 누나 이아름(25)씨,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52)씨, 그리고 자발적으로 동참한 시민들로 꾸려졌다. 아들을 잃은 두 아버지가 지난달 8일 나무십자가(길이 130㎝, 무게 5㎏)를 짊어지고 안산을 출발해 10일로 34일째를 맞았다. 30도를 넘는 폭염속에 하루 20~30㎞를 걸었다. 순례단은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프란치스코 교황 집전 미사에 참석한다.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는 “새누리당은 오히려 기본 매뉴얼을 지켰다. 그동안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새누리당은 진실 은폐, 축소, 조작, 여론 호도 등으로 매뉴얼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문제는 야당이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여당을 심판하자고 해놓고 선거에서 표를 받는 데 실패하자 세월호 유가족을 팔아먹었다. 유족을 놔 버린 것이다. 그 중심에 박영선이 있다”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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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십자가 순례단’과 시민 등이 10일 1번 국도 전주시 효자동 거리를 걷고 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이날 걷기에는 문규현 신부와 수녀, 시민 등 500여명이 동참했다. 문 신부는 28㎞를 걸은 이날 오후 6시께 최종 도착지 우석대 앞에서 ‘거리 미사’를 집전했다. 문 신부는 “야당이 제 역할을 못했다. 껍데기만 남은 세월호 특별법은 원천무효”라고 말했다.


두 자녀와 함께 3일간 함께 걸었다는 김복례(45)씨는 “희생자 아버지들에게 ‘혼자가 아니다’라고 느끼도록 힘이 돼 주기 위해 휴가를 내고 동참했다. 물집이 잡혀 힘들었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고영상(50)씨는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함께했다. 국민TV와 지역단체 등에서 자발적인 후원을 해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