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26 20:01수정 : 2014.08.26 20:55

[잊지 않겠습니다]

‘엄마의 바리스타’였던 준민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새끼 준민아.

엄만 너만 생각하고 네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난다. 엄마에게 그리도 다정다감했던 아들. 외출할 땐 팔짱을 끼라며 팔을 내어주던 애인 같은 아들. 나가 있을 땐 항상 문자와 전화로 엄마를 안심시키더니, 마지막까지 아무 일 없을 거라며 엄마에게 나오겠다고 전화해주던 게 너와의 마지막이 될꺼란 걸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엄마는 너만은, 내 새끼 만은 살아있을 줄 알았는데 이리도 허망하게 널 잃게 될 줄 몰랐어. 겁이 많아 어두운 곳을 싫어했던 네가 깜깜한 그곳에서 얼마나 무서움과 두려움에 마지막을 보냈을지 생각만 하면 엄마는 심장이 찢어진다.

아빠와 엄마가 결혼하지 2년 만에 어렵게 널 얻고 얼마나 행복하고 기뻤는지. 넌 온 집안의 축복 속에 태어난 보석 같은 아들이었어. 널 키우며 네가 웃을 땐 같이 웃고 아파서 울 땐 같이 울며, 엄마는 너에 대해선 하나라도 기억하지 않는 것이 없단다.

네가 태어나 처음 입었던 배냇저고리와 처음으로 깎아주었던 너의 첫 손톱, 배꼽과 배냇머리. 엄마는 그걸 꺼내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왜? 왜? 내 새끼가 엄마와 작별인사도 없이 그렇게 내 곁을 떠나야만 했는지, 원망해보지 않은 것이 없단다.

사고가 난 후 4월23일 널 다시 만나던 아침, 엄마는 심장이 마구 뛰더구나. 아무것도 못 먹고 넋이 나가 이모와 친구에게 오늘 꼭 준민이가 엄마 곁에 올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신기하게도 16일 아침 너와 마지막 통화했던 것과 같은 시간이었던 오전 9시40분 그때 체육관의 모니터에 나온 인상착의가 바로 내 아들 너였다. 엄마는 바로 팽목항으로 갔어. 136번째로 나온 널 안치실에서 만났을 때 엄만 숨이 멎는 고통에 오열했단다. 상처 하나 없이 자는 것처럼 평온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널보고 엄만 만지고 주무르고 볼을 비미며 아무리 흔들어도 넌 깨어나지 않았지. 믿을 수가 없더구나. 그렇게 널 찾고 널 보내면서 엄만 고통 속에 나날을 보냈단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사무치게 보고 싶고 미치도록 그립고 내 새끼는 없는데 너 없이 가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준민아! 준민아! 너무 부르고 싶은 이름. 아들 사랑하고 지켜주기 못해 미안하고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너로 인해 행복했어.

너무 보고 싶고 안고 싶은 내 새끼, 그립고 또 그립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어. 엄마는 매일 밤 네가 잠들던 침대에서 너의 교복마의를 덥고 잠이 든단다. 아들도 엄마 많이 보고 싶지? 세상에 엄마가 최고라며 엄마밖에 모르던 아들.

오늘 밤은 꼭 엄마 보러 올 거지? 아들, 엄마가 매일 밤 기다릴게. 엄마가 커피 좋아한다고 늘 맛있는 커피를 직접 만들어주던 따뜻한 손길이 너무 그립다. 평생 엄마 커피는 책임지겠다고 큰소리치던 너의 웃음도 그립다. 하늘에서도 친구들과 선생님들께 맛있는 커피 만들어주고 있겠지?

엄마는 아직 널 보낼 준비도 보낼 마음도 없지만, 그곳에선 하고 싶은 것 맘껏 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잘 지내길 매일 기도한다. 나중에 엄마 만나는 그날까지 잘지 내 아들. 다음 생에도 엄마 아들로 태어나 줄 거지? 이번 생엔 엄마와 16년 5개월밖에 함께 못했지만 그 땐 엄마랑 오래오래 함께하자. 못했던 것 맘껏 하면서. 그 땐 절대 네 손 놓지 않을게.

우리 아들이 가장 좋아 하는 말. ‘내 모든 걸 다 줄 만큼 사랑한 금쪽같은 내 새끼’,

영원히 사랑하는 엄마가


•박준민군은

단원고 2학년 5반 박준민(17)군은 바리스타가 꿈이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 엄마와 함께 카페를 다니며 팥빙수를 먹다가 우연히 이런 꿈이 생겼다. 그해 9월부터 바리스타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더니, 지난 1월에 바리스타 3급 자격증을 땄다. 집에 커피 뽑는 기계를 사다 놓고 엄마에게 항상 커피를 만들어줬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와 5월12일에는 바리스타 2급 자격시험을 볼 예정이었다.


4월16일 오전 9시6분, 세월호가 점점 기울자 준민이는 휴대전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는 자꾸만 끊겼다. 오전 9시40분, 가까스로 준민이는 엄마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엄마에게 건 26번째 전화였다. 준민이는 무덤덤하게 “나, 구명조끼 입고 있고 곧 배 밖으로 나갈 거야”라며 엄마를 안심시켰다. 엄마는 아들이 곧 배 밖으로 나올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준민이는 4월23일이 돼서야 엄마 품에 돌아왔다. 중학교 2학년인 준민이 여동생은 오빠가 있는 경기도 화성 효원납골공원에 갈 때마다 “사랑한다”는 편지를 써 두고 온다고 한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