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31 21:46수정 : 2014.08.31 21:47

[잊지 않겠습니다]

'속 깊었던 딸' 지나에게

사랑하는 엄마 딸 지나야. 엄마가 언제나 우리 딸을 껌 딱지처럼 곁에 두고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줄 거라고 했었지. 하지만 엄마는 4월16일 아침 지나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지켜주기는커녕 곁에 있어 주지도 못했다.

엄마한테 우리 딸은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런 보물이었단다. 내가 힘들 때 유일하게 숨을 쉬고 의지할 수 있는 딸이기도 했단다. 예쁜 딸을 주셨으면 평생 함께 살게 해주시지, 그 짧은 생을 내 곁에 주셨다가 빼앗아가느냐며 원망 아닌 원망도 했었단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렇게 빨리 엄마 곁을 떠날 걸 알고 네가 엄마에게 평생 해줄 사랑을 짧은 시간에 다 해주고 갔구나’ 하는 생각도 하곤 한다.

지나야, 엄마가 살아생전 메이커 옷 하나도 못 사줬는데도 너는 불평 한 번 안 했지. 엄마가 “우리 딸도 메이커 옷 하나 사줄까?” 하면, “엄마, 그거 비싸니까 안 사줘도 돼”라며 엄마 걱정을 먼저 해주던 마음 착한 우리 딸. “친구들 다 입고 다니는데 너도 입고 싶잖아”라고 하면, “엄마, 난 괜찮아” 하는 그런 딸이었지.

지나야. 이번 생에서 못다 한 우리 인연, 다음 생에서 다시 엄마와 딸로 만나자. 그때는 네가 내 엄마가 되어서 넘치도록 사랑을 해주렴. 엄마는 예쁘고 착한 딸이 되어줄게. 지나야, 부르고 또 불러도 대답 없는 우리 딸. 너의 이름만 불러도 엄마는 가슴이 아린단다. 우리 딸 지나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언제나 엄마 가슴에 담고 항상 함께할게.



송지나양은


단원고 2학년 2반 송지나(16)양은 직장에 다니는 엄마와 항상 장을 함께 보고 집 근처 공원에서 배드민턴을 하곤 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엄마가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 등을 쓰다듬어주고 안아줬다. 지나의 엄마는 이럴 때는 딸인 지나가 마치 엄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한다.


지나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심장이 안 좋아 수술을 했지만 해가 지나며 건강하게 자라줬다. 이 모습을 보고 안도한 엄마는 늘 지나에게 “내 옆에 붙여 놓고 너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날이었던 4월15일 저녁 8시45분, 엄마는 수학여행을 떠난 딸에게 ‘친구들과 좋은 추억 많이 쌓고 오라’고 문자를 보냈다. 지나와의 마지막 연락이었다. 다음날 아침,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엄마는 지나에게 수도 없이 전화를 했지만 지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지나는 4월24일 엄마 곁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경기도 안산 하늘공원에 잠들어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