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21 22:07수정 : 2014.09.21 22:42



‘친구같은 선생님’ 되겠다던 도언이에게


진짜 도언이랑 같이 다니는 거 같아서 너무 행복해. 근데 도언아, 엄마는 너무 슬퍼. 눈물이 엄마도 모르게 흐른다. 도언이가 보고 싶어서. 너무 보고 싶어서.


 세월호 배 안에서 “무섭다고, 살려달라”고, “엄마”를 목 터져라 불렀을 도언이 생각하면 엄마는 또 한없이 무너지고 또 한없이 운다. 예쁜 도언이 손을 잡아주지 못해 미안해. 엄마가 진짜 미안해.


 ‘아침에 엄마의 아침 인사로 학교에 가면 기분이 좋고, 엄마의 목소리 들으면서 등교를 하면 발걸음도 가볍다. 언제나 같이 있고 같이 살고 싶다’라고 도언이가 자기소개서에 적어 두었네. 예쁜 도언이를 단원고등학교에 등교시키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주지 못해 미안해.


 도언이랑 엄마랑 둘이서 3년 전에 맞추었던 커플반지. 항상 도언이의 오른손 검지에 있던 커플 반지는 도언이의 그리움을 안은 채 주인 잃은 슬픈 반지가 되어버렸단다. 커플반지를 엄마 혼자 끼고 있어야 해서 미안해. “엄마랑 언제나 같이 있고 같이 살고 싶다” 고 했는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학생들을 꼼꼼히 챙겨주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끔 해주는 ‘활발하고 언제나 친근한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던 예쁜 도언아. 힘들 때 상담해주고 학생들이 꿈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라며, 도언이는 항상 선생님께 여쭈어 보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무조건 실행에 옮겼지. 그래서 선생님들이 예쁜 도언이를 무척이나 예뻐해 주시고 사랑해주셨는데. 바른생활부 하면서 선생님들하고 친해져서 좋다고 웃던 도언이 얼굴이 선하네.


 연극부 하면서 올해 1학년 후배들 오디션 보고 면접결과 통보할 때 맘 아파했었지. 작년에는 청소년 연극제에서 금상을 수상하여 기뻐했던 도언이. 사물놀이를 일본에서, 평화의 집에서, 안산에서, 시흥에서 공연한 경험들. 엄마랑 전국을 여행 다닌 경험, 유적지 탐방 등.


 도언이가 선생님이 되었을 때 학생들한테 얘기해 줄 거라고.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하늘나라의 천사가 되었구나. 이루지 못한 꿈 하늘나라에서 도언이는 꼭 이루리라 믿어. 성격도 밝고 항상 웃으며 긍정적인 마인드이니까. ‘거북이처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어 다른 사람에게 인정 받는 선생님이 될 거야’라고 글을 적어 놓은 것처럼.


 사랑하는 하나뿐인 엄마 딸 도언아. 먼길 돌아 다시 만나는 날에는 절대 예쁜 딸 도언이 손 놓지 않을게. 예쁜 딸 도언아. 사랑해, 보고 싶다. 오늘 밤에도 꿈에 나와 줄 거지? 꼭 약속 하자. 새끼 손가락 걸고.



김도언양은


단원고 2학년 3반 김도언(17)양은 어릴 때부터 선생님들을 좋아해 고민이 생기면 늘 선생님을 찾아가 털어놨다. 선생님을 보면 미소 지으며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자상한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다.


공부뿐만 아니라 연극과 피아노, 글짓기 솜씨도 좋았던 도언이는 단원고 연극부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경기도 청소년연극제에 참가해 금상까지 받았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친구’라는 시를 지어 학교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친구들 사이에선 ‘고민 상담사’로 통했다. 내성적인 친구들에게도 먼저 웃으며 다가가는 성격이라 인기가 참 많았다고 한다.


도언이와 엄마는 커플 반지를 맞춰 낄 정도로 모녀간의 사랑이 남달랐다. 엄마는 매일 도언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집에 데려오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세월호 침몰 하루 전인 4월15일 밤 도언이는 엄마에게 전화해, “엄마 사랑해…”라고 말했다. 도언이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다음날 아침 엄마는 애타게 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더 이상 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세월호 사고 일주일 뒤인 4월23일 엄마의 품에 돌아온 도언이는 지금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친구들과 잠들어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