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22 20:56수정 : 2014.09.22 22:21

[잊지 않겠습니다]

꿈 많던 늦둥이 지현에게 엄마가


보고 싶은 막내딸 지현이에게. 

우리 딸 보낸 지도 어느덧 다섯 달이 넘었구나. 오늘도 엄마는 지현이 생각에 밤잠을 설치고, 앨범이 놓여있는 탁자 주변을 서성대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단다. 너의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 장난 섞인 모습을 볼 때마다 엄마는 얼마나 네가 사무치게 그리운지 몰라.


어떡하니? 어떡하면 좋을까? 엄마는 이제 어떡하지? 우리 지현이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이제 엄마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그렇게 맛있을 거 같지 않고, 아무리 행복한 일이 있어도 그리 행복할 거 같지 않아.


작년 어버이날 지현이가 엄마에게 쓴 편지를 보았어. 그 편지에 ‘엄마가 없으면 저는 단 하루도 행복할 수 없어요’ 라고 쓰여 있더구나. 엄마도 그래. 엄마도 지현이가 없다면 단 하루도 행복하게 살 수 없단다.


자식은 내리사랑이란 말이 있지. 너는 엄마에게 막내딸로 와서 마냥 예쁘고 보석 같은 아이였고, 너의 존재만으로도 엄마 아빠에겐 기쁨이고 행복이었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았던 내딸. 너를 떠나보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아야만 했던 엄마, 아빠를 용서해줘. 엄마 딸, 정말 미안해.


집안 곳곳 엄마의 눈이 닿는 어디든 너의 흔적들이 남아있구나. 너의 침대에 앉아 너의 교복을 만지며 우리 지현이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이냐고, 왜 없느냐고 중얼거리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단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시간은 약이 아니구나. 우리 딸 목소리가 듣고 싶고, 만지고 싶고, 안고 싶고, 사무치게 보고 싶을 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


우리 지현이가 왜 없는 건지 아직도 실감이 안나. 엄마가 꿈을 너무 길게 꾸고 있구나 생각해. 엄마가 우리 애기에게 아직 못다 해준 게 너무 많은데. 우리에게 시간이 많다고 생각해서 미뤄왔던 것들이 지금에 와서 이렇게 사무치는 후회가 되어버렸구나.


엄마 딸. 하나님과 예수님 계시는 그곳에 꼭 있어야 해. 그래서 엄마 꼭 다시 만나자. 친구들, 선생님과 날마다 웃으면서 행복하게 지내렴. 사랑한다, 내딸.



남지현양은


단원고 2학년 2반 남지현(17)양은 언니 두 명을 둔 늦둥이 막내딸이어서 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집에 돌아오면 엄마를 앉혀 놓고 학교와 친구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4월16일 새벽 아빠는 지현이가 탄 배가 안갯속으로 사라져 가는 꿈을 꾸다 깼다. 아빠는 “기분이 안 좋다”고 했지만 엄마는 설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날 오전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엄마는 지현이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날 밤 엄마와 통화를 하며 “엄마 다녀올게”라고 했던 것이 지현이의 마지막 목소리가 됐다. 일주일 뒤 엄마의 품에 돌아온 지현이는 지금 안산 하늘공원에 잠들어 있다.


엄마는 지현이 방의 교복과 이불, 책 등을 아직 치우지 못하고 있다. 비가 오는 날 밤 지현이가 쓰던 텅 빈 침대를 보는 게 가장 힘들다고 엄마는 말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