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28 20:59수정 : 2014.09.29 08:47

[잊지 않겠습니다]

춤추기 좋아했던 경주에게 엄마가


사랑하는 내 딸 경주야. 불러도 불러도 대답이 없구나. 너를 못 본지도 벌써 167일째 되는 4월16일이다. 엄마, 아빠에게는 모든 게 멈춰버린 날이지. 우리 예쁜 경주는 지금도 친구네에서 자고 있겠지? 항상 엄마, 아빠, 동생보단 친구가 우선이었잖아. 친구가 힘들면 같이 있어주고 후배가 나쁜 맘 먹으면 달래서 제자리를 지키게 하고, 선배들에겐 웃는 모습이 예쁜 후배였잖아. 엄마는 너를 보내는 날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엄마에게 툴툴대던 너를 보며 얼마나 속이 상했던지 항상 엄마 말 안 듣는 못된 딸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우리 경주는 엄마, 아빠, 길영이를 너무 많이 사랑하고 걱정하고 있었더라.


 엄마에겐 친구이고 애인이고 또 다른 엄마이기도 한 너와 아직도 해야 할 것이 아니 하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은데 엄마 옆엔 우리 경주가 없다.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아. 열 달을 엄마 뱃속에서 커서 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너무나 천사 같았던 너였고, 처음으로 엄마라고 부르며 첫 걸음을 떼던 모습. 초등학교 입학, 중학교 졸업, 고등학교 입학, 이 모든 것들이 행복했던 기억들이네. 이젠 다시는 해볼 수가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 왜 이리 미치도록 가슴을 찢어놓는 것인지 아프기만 하다.


 잘해줄걸. 사랑한다고 많이 말할걸. 내 옆에 꼭 잡고서 놔주지 말 걸. 너무 많은 아쉬움과 후회가 엄마 자신을 용서할 수 없게 만들고 있어. 미안해. 너무너무 미안해.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 다시 엄마에 딸로 와 달라고 하면 와줄 거지?


 우리 예쁜 공주 경주야. 엄마 힘내서 경주 만날 때 떳떳하게 만날 수 있게 열심히 행동할게. 지켜봐 줘. 사랑한다. 내 딸 이경주.


이경주양에게 사촌동생이 쓴 편짓글


 보고 싶은 경주 누나에게.


 경주 누나, 잘 있어? 나 누나 보고 싶어. 누나 잘 있는 거 맞지? 잘 있고, 밥 잘 먹어야 해. 하늘나라에서 꼭 잘 살아야 해. 누나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고 있어. 그리고 생일 축하해.


경주 누나에게 사랑하는 동생이.


이경주양은


단원고 2학년 10반 이경주(17)양은 춤추는 것을 좋아했다. 1학년 때부터 댄스동아리 활동을 했다. 유명 가수의 댄스팀에서 댄서로 활동하고 싶어 했다.


이경주양이 세월호가 침몰했던 날 친구 휴대전화로 엄마와 함께 주고 받은 마지막 문자 메시지 사진.

엄마와는 좀 티격태격하며 자랐다. 예능에 관심과 재능이 많아 공부는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관은 뚜렷했다.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착한 아이였다.


4월16일 아침 엄마는 세월호 사고 소식을 전해듣고 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다. 오전 10시16분 경주는 친구인 3반 장주이(17)양의 휴대전화로 엄마에게 ‘엄마 물 올라와’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엄마는 딸을 빨리 돌려달라고 기도했다. 경주는 8일 만인 4월23일 엄마의 품에 돌아왔다. 엄마와 아빠의 결혼기념일 하루 전날이었다. 그리고 9월29일은 경주의 생일이다. 경주의 엄마 유병화(40)씨는 지금 세월호 가족대책위 부위원장(심리치료생계지원분과)을 맡고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