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21 20:19수정 : 2014.07.21 22:32

[잊지 않겠습니다 26]

격투기 선수 되고팠던 홍래에게

주변에서 항상 ‘엄마 껌딱지’라고 부를 정도로 늘 함께였던 우리 아들 홍래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보고 싶다는 마음뿐이구나. 연년생인 형과 학교 가는 시간 빼고는 항상 운동하러 가고, 잠자고.

지방에 계신 아빠가 못 올라 오실 때는 아빠한테 같이 다니며 서로 의지하며 쌍둥이처럼 지냈는데.

형도 너의 빈자리를 아파하며 힘들어 하는구나. 엄마가 일 끝나면 셋이 심야영화도 보러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나중에 어른이 되면 뭐든지 다해준다고 하던 아들인데. 다정하고 항상 웃으며 엄마 옆에서 조잘대며 딸 노릇까지 해주던 아들인데. 배타고 여행가는 건 처음이라며 설레고 기대된다고 하며 수학여행을 나섰는데. 너와의 마지막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사고 당일 엄마와 통화하며 “배가 기울어져서 구명조끼 입고 있으며 밖에 바다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할 때, 엄마는 그저 “선생님 말씀과 안내방송을 따르라”고 말했다.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미안할 뿐이구나.

구명조끼를 입고 있던 너를 꼭 살아서 볼 수 있겠다고 다짐하며 기다렸는데. 8일 만에 만난 너는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엄마 품으로 돌아왔더구나. 강한 아이라 구조될 거라 믿었기에 구명조끼를 누군가에게 벗어주고 돌아온 너를 보며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면 격투기 아마추어, 프로대회 나갈 준비도 열심히 하던 우리 홍래. 어제는 엄마, 아빠가 또 한 번 너의 옷을 부둥켜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두 달이 넘게 바닷속에서 녹슬고 흙투성인 옷을 보며, 널 애타며 기다렸다 만났을 때의 냄새와 똑같아서 눈물만 나오더구나.

우리 아들 홍래야. 엄마는 모든 게 미안하구나. 그곳에서는 고통도 없이 네가 이루고 싶은 거 하며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늘 웃으며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 엄마,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너무나 고맙고. 너의 형아도 지켜보며 보살펴주렴. 너무 보고 싶고. 사랑한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박홍래군은

“오늘 나는 서두원이 아니라 박홍래였습니다.”

5월31일 오후 강원도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경기 시작 15초 만에 상대를 넉아웃시킨 서두원(33) 이종격투기 선수는 경기가 끝나자 이렇게 말했다. 경기를 보던 박홍래(17)군의 부모와 형 형래(18)군은 눈물을 흘렸다. 서 선수는 형래를 링 위로 불러 끌어안으며 “나, 약속 지켰다”고 말했다. 홍래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단원고 2학년 5반 학생이다.

홍래의 꿈은 이종격투기 선수였다. 한 살 위인 형과 함께 체육관에서 이종격투기를 배웠다. 특히 서 선수를 좋아해 자신의 방에 사진도 여러 장 붙여놨다고 한다. 홍래와 형래는 6월 이종격투기 대회에 함께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홍래는 세월호 사고 8일째인 4월23일 숨진 채 발견됐다. 배가 침몰하기 전 “형, 무섭다. 살려줘”라고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홍래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동생의 장례를 마친 형래는 서 선수 소속사에 전화를 걸었다. 동생에게 마지막 선물을 하고 싶었다. 사연을 전해들은 서 선수는 5월1일 홍래의 납골함을 찾아 명예선수 임명패를 전달했다. 그는 홍래를 위해 5월31일 경기를 꼭 이기겠다고 약속했고, 약속을 지켰다.

안산/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