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31 20:24 수정 : 2014.07.31 22:19

[잊지 않겠습니다 32]

가수 꿈 키워 온 예은에게

예은아~ 엄마야~

태어나서도 일주일을 병원에 혼자 있게 했는데, 이번에도 꼬박 일주일을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에 있게 해서 엄마는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

4월16일 9시56분 ‘배가 90도 정도 기울어졌어. 너무 무서워’라는 너의 문자를 받는 순간 엄마는 이상한 꿈을 꾸는 것 같았어. 곧이어 ‘해군이 들어오고 있어 곧 구조될 거야 엄마 보고 싶어 사랑해’라는 문자가 왔을 때만 해도 이 이상한 꿈은 곧 끝날 것 같았어. 하지만, 10시15분 ‘아직 객실이요’라는 마지막 짧은 문자를 받은 뒤로 엄마는 아직도 이 이상한 꿈속에서 헤매고 있구나. 아 정말 이게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너를 만났던 꿈이 현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숫기없는 네가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엄마랑 아빠는 사춘기 때 으레 갖는 호기심이라고 여기고 무시했었어. 하지만,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어떤 일에도 오뚝이처럼 일어서서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가는 너의 모습을 보며 엄마 아빠가 오히려 부끄러웠단다.

너만큼 열정적인 친구들을 만나 행복했던 고등학교 생활, 너는 인생의 절정을 달리고 있었는데…. 정말 행복 해보였는데…. 이제 네가 그토록 좋아했던 3반 친구들, 그리고 부모들과 한 가족이 되었단다. 너희처럼 하루라도 안보며 보고 싶을 정도로…. 너희가 살았을 때 이랬다면 너희는 또 얼마나 좋아라 했을까.

보고 싶다 예은아 정말 미치도록 보고 싶다. 아가들을 보면 너의 어릴 적 생각이 나서 울고 학생들을 보면 너인듯싶어 울고, 예쁜 아가씨들을 보면 오지 못한 너의 미래의 모습인 듯싶어 운단다.

음식 가리지 않고 과일을 좋아했던 너라 무얼 먹든 목에 걸리는구나. 하루하루가 눈물이다. 쌍둥이인 너의 생일이 매년 다가 올 때마다 엄마는 남은 언니를 위해 웃어야 할까 너를 위해 울어야 할까 벌써 두렵다.

이제는 주님 품에 있을 예은아. 하나님께서 침몰 순간의 공포와 절망과 원망일랑 깨끗이 잊게 하시고 부디 좋았던 일만 기억하게 해주시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그날의 아픈 상처는 우리들이 기억할게. 꼭 기억해서 반드시 억울함을 풀어줄게. 그리고 너희들처럼 아픔 당한 이들을 위로하는 엄마가 될게. 진상규명을 우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아빠를 위해, 친구의 부모들을 위해, 한마음으로 힘을 보태는 선한 이웃들을 위해 기도해주렴. 겉으로는 아무렇지않는 듯 보이지만 힘들어하고 있을 언니와 동생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주렴.

살아서도 눈부셨지만 여전히 빛나고 있을 나의 딸아. 우리 가족 뿐 아니라 친척과 교회식구들과 이웃들이 모두 너의 밝고 씩씩한 미소를 그리워하고 있어. 아무도 너를 잊지 못할 거야. 만날 그날까지 친구들이랑 행복 하렴. 사랑해.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유예은양은

‘숫기 없고 순진했으나 무대에서만큼은 열정을 불태웠던 18살 소녀.’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양을 엄마는 이렇게 기억했다.

“가수가 되고 싶어요”라는 딸의 말을 엄마와 아빠는 ‘사춘기 소녀의 단순한 호기심’이라며 그냥 웃어넘겼다. 하지만 예은이가 한 방송사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신청서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보컬학원에 등록했을 때’라고 쓴 것을 보고는 그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다면 이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던 예은이는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에도 뮤지컬학원에 나가 꿈을 키웠다고 엄마는 흐느꼈다.

4월30일 뮤지컬 <캣츠> 공연을 예매했던 예은이. 손꼽아 기다렸던 공연장엔 결국 가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 일주일 만인 4월23일 바다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딸을 가슴에 묻은 아빠 유경근씨는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아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스무날 가까이 단식 중이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