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 입력 2014.08.07 20:40 | 수정 2014.08.07 22:10

[한겨레][잊지 않겠습니다 35]

영원한 엄마의 아들! 잘 있니? 엄마는 잘 있어. 잘 먹고 잘 자고. 넌 힘들지 않니? 엄마는 우리 아들이 보고 싶고 보고 싶고 보고 싶어. 그게 힘들어 엄마는….

그래서 좀 무너졌어 이해해줘. 보고 싶은 마음 녹여보고자 분향소로 하늘공원으로 순례하듯 찾아다니지만, 엄마 마음은 어쩔 수가 없구나….

하늘공원에선 너에게 매달리며 기대여 한참을 울었구나. 어루만져도 느껴지지 않는 너. 주저앉아 한참엄을 그렇게 보고 싶은 내 아들을 불렀지. 건우야 엄마 어떻게 해? 못 참겠어 힘들어…. 왜 이렇게 보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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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맘으로 어떻게 먼 날까지 지낼까 막막하기만 하구나. 아들이 "엄마" 하고 불러줬으면 좋겠어. "엄마 어디야~?" 매일 집에 있는 엄마인 줄 알면서…. 집에 들어오기 전 꼭 전화해서 "엄마 먹을 거 있어?. 엄마 호떡 먹을래? 엄마! 친구 데려간다. 엄마 라익이는 안 왔어? 엄마 오늘 용돈 3천원 ㅎㅎ. 엄마 주말엔 친구들과 영화. 엄마 어디서 잘 거야? 엄마, 엄마, 엄마…."

"너 그러다 마마보이 된다"고 놀리던 누나도 걱정했잖아. 엄마는 다시 듣고 싶어. 엄마하고 부르는 아들 목소리가…. 엄마 핸드폰 속 너의 동영상. 엄마라는 목소리를 무한 반복 돌려 들으며 멈춘 거 같은 시간들을 보내려고 휭휭 돌아다녀 본다. 고작 근처지만 어제 하루도 오늘 하루도 참 많이도 길다. 너의 하루는 천년이 하루 같다지? 엄마의 하루는 하루가 천년 같아….

이렇게 더디게 살다 언제 만나나 그래도 엄마는 살아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너만 행복하다면 엄마는 견딜 거야. 견딜 수 있어…. 엄마 잘하고 있데 아빠가. 아빠가 너한테 걱정 말고 잘 있으면 된다고 편하게 있어라 했다지….

엄마랑 누나 라익이랑 아빠가 잘 보살필 테니 너는 그냥 하늘에서 즐기며 살라고 했다지. 그래 아빤 예전보다 더 잘해. 너도 알지 아빠는 언제나 약속은 꼭 지키는...그러니 아빠 말대로 너는 천상에서의 행복을 맘껏 누리길 바래. 우리 아들 엄마 아빠가 사랑을 담아 너에게 보낸다. 영원히 잊지 못할 내아들, 내사랑 건우야. 사랑해


•김건우군은

단원고 2학년 4반 김건우(17)군의 세살배기 조카는 벌써 석달 넘게 집 창문 밖을 바라보며 외삼촌을 기다리고 있다. 틈만 나면 안아주고 사진을 찍어주며 놀아주던 외삼촌. 수학여행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는 외삼촌 건우를 기다리는 이 꼬마 조카는 요즘 부쩍 "삼촌 언제 오느냐"며 보채 외할머니의 속을 태운다. 그때마다 외할머니는 "여행이 재미있어서 그런가 보다. 나중에 꼭 올 거야"라고 다독이며 눈물을 몰래 훔친다.

건우는 '조카 바보'였다. 누나의 외아들을 끔찍하게 좋아했다. 건우는 올 초부터 엄마를 졸라 요리학원에 다녔다. 요리사가 꿈은 아니었다. 몸이 허약한 엄마가 인스턴트식품을 먹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가끔 엄마에게 김치볶음밥, 오므라이스를 해줬다. 건우는 제법 요리 솜씨를 발휘할 즈음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건우의 꿈은 요리를 잘해 아내와 자식들에게 사랑받는 평범한 남편, 아빠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건우는 남편도 아빠도 돼 보지 못한 채 세월호와 함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player009@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