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꼭 쥔채 엄마에 안긴 ‘깨박이’
기타·피아노 안 치웠어, 꿈에라도 와

등록 : 2014.08.12 20:41수정 : 2014.08.12 22:25

[잊지 않겠습니다]

음악교사 꿈꿨던 시연에게 엄마가

내 사랑 깨박이 시연아~ 잘 지내고 있지? 엄만 꼭 그렇게 믿고 싶다. 우리 딸이 잘 지내고 있으리라고.

매일 아침이면 시연이 머리 말려주고, 고데해주고, 학교 데려다주고 했는데…. 지금은 멍하니 앉아 있거나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는 게 엄마의 아침 일과가 됐어.

지금 이 순간도 집에 들어가면 네가 기타 치고 노래하고 있을 것 같은데…. 이제 널 볼 수 없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단다. 네가 금방이라도 문 열고 들어올 것 같아. 밤마다 하루 있었던 얘기 하며 보내던 시간이 너무 그립고, 미치도록 보고 싶다.

수학여행 간다고 춤 연습하고, 노래 편집하고, 짐 챙기면서 얼마나 즐거워했는데….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요즘 네가 컴퓨터와 핸드폰에 남기고 간 사진과 동영상으로 네 얼굴도 보고, 목소리도 듣고, 노래도 듣고 있어.

집에 기타도 피아노도 그대로인데, 그 앞에 늘 앉아 있던 네가 없어 슬프지만 그래도 안 치우고 그대로 둘 거야. 그러니까 꿈에서라도 찾아와서 방에 머물다 가. 꼭.

엄마가 아무것도 못 해줘서 너무너무 미안해. 바로 앞까지 가서도 못 구해주고 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힘없는 엄마라서 미안해. 너와 함께했던 순간순간 절대로 잊지 않을게. 시연아~.


•김시연양은

‘깨박이’란 애칭을 가진 단원고 2학년 3반 김시연(17)양. 어릴 적 엄마가 사준 물개 인형에게 깨박이란 이름을 지어준 시연이는 어딜 가나 이 인형을 갖고 다녀 깨박이가 됐다.

시연이의 꿈은 음악교사였다. 노래를 들으면 악보를 보지 않고도 바로 기타를 칠 정도로 음악에 소질이 있었다. 피아노 연주도 수준급이었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시연이는 ‘10년 후 우리들의 모습’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친구들과 찍었다. 동영상에는 저마다 커서 무슨 직업을 갖고, 누구와 결혼할지 등 사춘기 소녀들의 수줍은 꿈이 가득 담겨 있었다고 엄마는 전했다. 귤을 좋아했던 시연이는 “나이가 들면 제주도에 살면서 꼭 귤 농장을 할 거예요”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하지만 제주도 땅은 밟지도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세월호 침몰 5일 만인 4월21일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쥔 채 바다에서 나왔다. 엄마는 “겁먹은 시연이가 ‘구조대 왔어요. 구조되자마자 전화할게요’라고 울먹이던 목소리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흐느꼈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