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란 기자 입력 2014.06.12 09:59 수정 2014.06.12 13:25
"후손들이여! 후에 조상들의 이 행위를 비웃지나 마라주소. 책임회피 각종비리 당파싸움, 그때 그 시절은 당연한 일이였다고, 그때 그 시절은 국민들이 미개했다고, 알면서도 못 바꾸는 내 자신을 탓하리라."
아내와 함께 세월호를 탔다가 바다에서 혼자 돌아온 뒤 안산 병원에서 치료 중인 정상기씨(58)가 아내에 대한 마음을 적은 시 '님을 떠나보내면서'를 썼다.
수면제를 먹어도 여전히 새벽 3~4시면 잠이 깬다는 정씨는 줄곧 진도에서의 후회와 울분을 종이에 적었다가 찢어 버리기를 반복해 왔다.
정씨는 시에서 "황천길 가는 배를 개조한 주인공은 어디 가고, 나 몰라라 하는 역대 현정부 책임자들, 무책임한 그 바람에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을, 무고한 국민들만 님과 함께 먼길로 여행갔소"라고 밝혔다.
또 "그 유명한 세월호, 대한민국 부조리의 합작품인 배인 것을, 당신 혼자 가면 외로울텐데 같이 가면 좋았을걸…… 떠나는 날 내 얼굴에 로션 흠뻑 발라주고 그렇게 떠나갔네"라며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개혁한다 표달라 힘없다고 표달라, 받고나면 나 몰라라 흐지부지 하 세월"이라고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의 관심이 줄어든 데 대한 소회를 적기도 했다.
정씨는 사고 이후 내내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학생들한테 구명조끼 입히고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나이 먹은 입장에서 선도적으로 바다에 뛰어들자고 나섰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미워져요. 우리같이 미개한 국민들은 스스로 위험을 헤치고 헤쳐 나왔어야 했는데, 높으신 분들 불편하게 만들어 죄송할 지경입니다."
병원에서 지내며 정기적으로 심리 및 건강 진료를 받고 있지만 정씨는 "내 병이 이렇게 해서 나을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이 먹은 사람이 정신과 교수, 의사 앞에서 울겠습니까. 병원에서는 몸 생각해서 산책도 하고 오라는데, 나가서 혼자 걷다 보면 울고 들어오고 합니다. 다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지만, 안 겪어본 사람들과 겪은 사람들은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해요."
이하 정씨가 적은 쓴 시 전문을 붙인다.
님을 떠나보내면서 (그리움과 후회)
시골 집 방에서 처음 만나 부모님 허락 하에
주안상 앞에 두고 머뭇머뭇 쑥스러워
얼굴 슬쩍 쳐다보니 긴 생머리 처녀 앞에 있네
어느새 내 짝인가 그리하여 인연이 맺어졌네
인연의 맺은 결실 즐거운일 괴로운일
있는 정 없는 정 알뜰살뜰 살아오며
금덩어리 두덩어리 순금으로 만들어놓고
인생에 재충전 재출발을 생각하며
모든 것 내려놓고 그 길을 타고 갔네
천천히 가도 되는 그 길을 따라 갔네
기도하며 보낸 시간 50여분 무거운 쇳덩어리 기우러져 가고
구조의 손길은 오고 있다는데 학생 일반승객 침착하고
질서있게 준비하고 무언가의 지시를 기다리며
님에게 보낸신호 안전하다 동그라미 수신호
기다린 게 잘못이라네 미리 탈출 못 시킨 게 내탓이라오
아! 왜 하필 그길 그 쇳덩어리에 탔을까?
바다에 떠 있는 그 황천행 배를
그게 바로 알고 보니 그 유명한 세월호라
대한민국 부조리의 합작품인 배인 것을
당신 혼자 가면 외로울텐데 같이가면 좋았을걸
싫으면 싫다하고 좋으면 좋다하지
떠나는 날에 내 얼굴에 로션 흠뻑 발라주고
그렇게 떠나갔네
황천길 가는 배를 개조한 주인공은 어디가고
나 몰라라 하는 역대 현정부 책임자들
무책임한 그 바람에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을
무고한 국민들만 님과 함께 먼길로 여행갔소
개혁한다 표달라 힘없다고 표달라
받고나면 나 몰라라 흐지부지 하 세월
후손들이여! 후에 조상들의 이 행위를
비웃지나 마라주소 책임회피 각종비리 당파싸움
그때 그 시절은 당연한 일이였다고
그때 그 시절은 국민들이 미개했다고
알면서도 못 바꾸는 내 자신을 탓하리라
떠나가신 님이여! 먼길 떠난 힘든 길을
다 내려놓으시고 편히가소서
살아있는 우리들이 증인이 되고
두 금덩어리 잘 성장시켜
가신님의 한을 풀어 올릴테니
용서하소서 극락왕생하소서
<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
- 베스트 댓글 심재경님 다른댓글보기
- 그래요. 누가 그맘 알게습니까? 겪어보지않는자가... 그래도 힘내시고 기운차려 힘차게 일어나시길. 10:16신고
- 답글 1 362 2
- 베스트 댓글 민님 다른댓글보기
-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한줄한줄 읽어내려가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숙연해집니다. 10:32신고 - 답글 0 312 1
- 베스트 댓글 기찬맘님 다른댓글보기
- 왜매번 죄없는국민이 상처받고 희생되고도 그국민이 죄스러워고통받아야 합니까? 이놈에 나라는 회생불가능인가요? 진짜 하루하루가 답답할뿐입니다 10:56신고
- 답글 0 86 0
- 베스트 댓글 태왕사시미님 다른댓글보기
- 한줄 한줄 읽어 내려가는데 점점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힘내세요 제가 뭔가 해드릴 순 없지만 진심으로 기원 합니다.
힘내세요 부디. 10:53신고 - 답글 0 81 0
- 베스트 댓글 홍당무님 다른댓글보기
- 세월호 기사는 언제봐도
가슴이 울컥하고 눈이 촉촉해지네요 ㅜㅜ 13:30신고 - 답글 0 73 0
- 베스트 댓글 옆집아저씨님 다른댓글보기
- 가슴이 먹먹하네요 ㅠㅠ
자식들도 있을텐데.. 13:31신고 - 답글 0 59 0
- 베스트 댓글 임광빈님 다른댓글보기
- 무능 박근혜와 개누리 천벌이 기다린다!죽일놈들 .... 13:31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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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댓글 전람회님 다른댓글보기
- 박그네 총리 지명한거 보니.. 눈물쇼로 경상도 지지굳히고.. 국민이 미개한거 맞다 13:32신고
- 답글 0 3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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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김한길 뭐하냐? 정말 너희들은 바보 멍텅구리다!!! 야당이 여당을 도와주는 형세니 ! 이 미지근한 놈들아 정신좀 차려라 !!! 13:35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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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댓글 배고플땐 밥님 다른댓글보기
- 에고.... 얼마나 맘아프실까...... 13:34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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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분하다 못해 허탈감 밖에 안남은듯....
유병언쫒는다고 낮잠자는 경찰 사진이나 봐야되고
총리지명자는 말도 안되는 소리로 어이없게 만들고....
해경해체 선언만 하면 끝나는가?!
왜 초기에 살릴수 있는 애들을 구조안했는지
누가 그 책임자인지를 밝혀야한다
정치인들은 정치생명을 걸고 역사앞에 국민앞에
실무당사자들은 양심을 팔지말고
속죄하는 심정으로 진실을 밝혀야한다
뇌물을 먹었든
거짓으로 작전을 짰던
다 밝혀야한다
용기있는 그들을 역사는 의인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 13:38신고 - 답글 0 27 1
- 베스트 댓글 wjdduf님 다른댓글보기
- 똥누리당에 표 준 인간들 하고 같은 하늘 아래 살아야 한다니.
13:38신고 - 답글 3 2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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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저한 각본 아래 움직인,
참혹한 살인극,
이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날 차례다 !!!
13:36신고 - 답글 0 2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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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이리도 가슴이 먹먹할까요? 미칠것 같습니다... 저희들이 숙제가 무엇인지 다시 새삼 가슴속에 새겨 봅니다. 부디좋은곳에서 보내십시요.. 13:35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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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댓글 죽공님 다른댓글보기
- 세세년년에 다시는 이땅에 태어나지 말기를... 13:33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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