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10 22:05수정 : 2014.07.11 03:11

[잊지 않겠습니다]

‘여군장교 꿈꾸던’ 장주이에게 엄마가


보고 싶고 안아 보고 싶은 내 딸 주이야….

사랑하는 주이야, 네가 태어나던 날 엄마는 정말 기뻤단다.

아기 때부터 정말 순하고 예쁘게, 그리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엄마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커서는 엄마를 웃게 해주는 사람도 내 딸. 엄마를 이해해주는 사람도 내 딸. 엄마 마음을 배려해주는 사람도 내 딸. 힘들 때마다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사람도 내 딸.

엄마에겐 항상 친구이자 귀엽고 사랑스런 딸인데, 지금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어서 엄마 마음이 너무 저리고 아프구나.

보고 싶은 내 딸 주이야…. 엄마는 이제 슬퍼하지 않을 거야. 분명 내 딸은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 믿고 있기 때문이야. 부디 좋은 곳에서 친구들과 선생님과 행복하게 잘 지내렴. 엄마도 씩씩하고 건강하게 열심히 살 거야. 내 딸이 바라는 거니까…. 그리고 이다음에 우리는 꼭 만날 수 있으니까 슬퍼하지 않을게. 사랑하는 내 딸아 만날 때까지 안녕.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주이야~♥


•장주이양은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장주이(18). 워낙 활달했던 주이를 보고 엄마는 가끔씩 선머슴 같다고 놀리며 “차분한 오빠와 성격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

두 살 터울인 오빠와 가끔씩 티격태격했지만, 다툰 지 채 10분도 안 돼 까르르 웃으며 화를 풀었다. 엄마는 그래서 주이를 ‘아들 같은 딸’이라고 불렀다. 마치 사내아이 같았지만 주이는 감성이 풍부한 소녀였다. 학교 기타 동아리에 들어가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했고, 감성 어린 춤도 아주 잘 소화했다고 엄마는 전했다.

활달한 성격의 주이는 멋쟁이 여군 장교를 꿈꿨다. 친구도 많고 학교 일이라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학교 축제 때는 춤 경연대회에 친구들을 우르르 몰고 나갔고, 학교 선도부에 들어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단체생활의 규율과 규칙을 몸에 익혔다.

올 여름방학 때는 사촌언니가 다니는 한 대학 학군단(ROTC)을 찾아가 여군 장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꼼꼼하게 알아보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사고로 주이의 꿈은 허망하게 물거품이 됐다.

사고 8일째인 4월23일 엄마 품에 돌아온 주이는 안산 하늘공원에 친구들과 함께 잠들어 있다. 하지만 엄마는 지금도 가끔씩 군복을 입고 거수경례를 하는 주이의 모습을 상상해보곤 한다.

안산/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