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너처럼 이웃 사랑하며 살 게!                        등록 : 2014.07.14 20:48수정 : 2014.07.15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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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 21]
국제구호 꿈꿨던 하영이에게 엄마가

사랑하는 딸 하영아~ 예쁜 딸 하영이가 이렇게 일찍 엄마 품을 떠나게 될 줄은 몰랐어.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하영이 깨워서 학교 보내야 하고, 야간자습 끝나는 시간 맞춰 겁 많은 우리 딸 데리러 가야 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꼭 스탠드 끄고 자라고 얘기해야 할 것 같아. 금방이라도 ‘엄마’ 하고 부르며 올 것만 같아 믿어지지 않는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구나.

작고 작았던 하영이가 어느덧 훌쩍 자라서 어깨동무하며 엄마보다 더 키가 크다고 좋아하면서 자랑했었지. 사랑하는 딸! 더 많이 커도 되니까 다시 와서 엄마가 한 번만이라도 안아봤으면 좋겠어.

수학여행 가던 날 친구와 여행가방을 들고 뛰어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단다. 그리고 그날 밤 하영이에게 사랑한다고 했던 말이 엄마가 네게 건넨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말이 되었구나. 더 많은 얘기를 나눌걸,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줄걸….

너무나 보고 싶고 그리운 딸. 동생 잘 돌봐줘서 고마워. 엄마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아낌없이 엄마에게 뽀뽀해줘서 고마워. 부족한 엄마 늘 사랑한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네가 남긴 선한 흔적들이 참으로 귀하고 감사하구나. 엄마도 하영이처럼 이웃을 사랑하며 섬기고 하영이 있는 그곳으로 갈 거니까 만나면 다시 누가 큰지 재 보는 거야. 알았지? 보고 싶은 나의 딸! 엄마가 많이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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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영양은

사회학자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접한 안산 단원고 2학년 2반 전하영(17)양에겐 새 꿈이 생겼다. 유니세프나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우리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세계의 이웃들과 아픔과 희망을 같이하기로 결심했다. 사회복지사가 돼 어려운 이웃들에게 봉사하며 살겠다던 다짐의 폭을 더 넓힌 것이다.

하영이는 지난해 겨울방학 때에는 한국외국어대 외교통상스쿨을 1기생으로 수료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직전 여성가족부에서 주관한 청소년국제교류네트워크 과정에도 관심을 보였다. 세월호 참사가 난 4월16일은 이 과정의 신청 접수 마감일이었다.

딸의 신신당부를 잊지 않은 엄마는 이날 오전 컴퓨터 앞에 앉아 신청서를 쓰다 말고 진도 팽목항으로 향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면서도 개그맨 흉내를 너무 비슷하게 내 가족과 친구들에게 늘 웃음을 안겨주던 하영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의 꿈을 접고, 이젠 경기도 화성 효원공원에 친구들과 잠들어 있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