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06 21:39수정 : 2014.07.06 21:39       

[잊지 않겠습니다]

사랑하는 내 아들 휘범아!

너를 떠나보내고 엄마는 날마다 영혼 없는 삶을 살고 있단다. 엄마는 요즘 부엌엘 들어가기 싫다. “엄마가 해준 음식이 제일 맛있다”며 밥 한 공기는 뚝딱 해치우고 엄지손가락 올려가며 최고라고 공치사해주곤 했던 휘범이가 생각나서 견딜 수가 없구나.

지금은 밥통에 밥이 그대로 남아 있고 고기반찬을 해도 매일 밥상에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만 하고 있다. 이렇게 내 아들이 우리 집에서 위대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내 곁에 없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다.

내 아들! 귀한 내 아들! 18년 전 너를 처음 내 품에 안고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했는지…. “엄마 다녀왔습니다.” 매일 밤 10시30분이 되면 미술학원에서 돌아와 문을 열고 크게 외치며 엄마를 찾곤 했는데…. 매일 너랑 이불을 나란히 펴고 잠을 자며 “엊저녁에는 엄마 코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 웃으면서 멋쩍게 말했던 모습들….

이런 일상들이 앞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되어버렸다는 것에 또 한 번 맥이 빠지고 분노가 치미는구나. 엄마랑 아빠, 그리고 동생은 영원히 잊지 않고 널 사랑하며 그리워하며 살 거야. 엄마 없는 천국이지만 휘범이가 좋아하는 그림 열심히 그리고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여자친구도 사귀며 아픔과 고통 없는 행복한 삶을 보내면 좋겠어. 다음 생에도 엄마랑 아들로 끈끈한 인연으로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보고 싶구나. 오늘 저녁에 엄마 꿈속에서 꼬옥 안아보자꾸나. 놀러와 줄 거지? 기다릴게. 나의 큰아들~♥


정휘범군은

단원고 2학년 4반 정휘범(18)군은 자동차디자이너가 꿈이었다. 얌전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휘범이는 예의 바른 학생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후두염 때문에 코를 심하게 고는 엄마와 늘 함께 잤던 휘범이. 미술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던 휘범이는 소묘는 물론 각종 디자인, 만화를 그렸다.

“엄마! 이번에 수학여행 안 가면 안 될까요? 왠지 무섭고 두려워요….” 휘범이는 수학여행을 떠나기 직전까지 불길한 마음을 엄마에게 몇 번씩 말했다. 세월호 사고 뒤 엄마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날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4월23일 세월호 4층 방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숨진 채 발견된 휘범이는 엄마를 울렸다. ‘엄마 나 정말 힘들었어’라는 표정으로 나왔다는 휘범이. 아빠는 휘범이가 수학여행을 가기 닷새 전 출장을 떠난 탓에 휘범이의 얼굴을 엄마보다 5일 덜 봤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