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15 21:24수정 : 2014.07.16 20:41

‘세월호 진상규명을 원합니다’ 14일 오후 단원고 2학년 8반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와 누나 아름씨, 2학년 4반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씨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실종자들의 조속한 귀환을 염원하는 도보 순례를 하면서 충남 공주시 신기동 들판을 지나고 있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길이 130㎝·무게 5㎏ 십자가 지고
안산~진도 팽목항 순례 8일째
“하루라도 함께 걷고 싶어”
동행하는 지역주민 참여 늘어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로 발바닥이 달아올랐다. 내리쬐는 햇볕에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렵다. 대형 트럭이 지나갈 때면 모자가 벗겨질 만큼 먼지바람이 인다.

세월호 참사로 꽃다운 목숨을 잃은 단원고 2학년 8반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와 누나 이아름(25)씨, 그리고 2학년 4반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52)씨가 750여㎞(1900리) 도보 순례길에 나선 지 8일째인 15일 이들은 충남 공주시 계룡면 기산리에서 논산시 광석면 사월리까지 21㎞를 걸었다. 7월8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 출발한 이들은 전남 진도 팽목항(7월31일 예정)을 거쳐 8월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할 계획이다. 순례단은 머나먼 길을 떠나는 이유를 4개의 깃발에 담았다. “하루속히 가족 품으로” “특별법 제정, 진상 규명” “잊지 말아주세요, 기도해주세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함께”. 경기도와 충남, 전북, 전남 등 도 경계를 넘을 때마다 깃발이 늘어난다.

유가족 순례단은 매일 오전 5시부터 11시까지,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하루 9시간씩 20~25㎞의 길을 40여일 동안 걷는다. 이호진씨는 발에 잡힌 물집 탓에 쉬는 시간마다 달아오른 발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길이 130㎝, 무게 5㎏의 십자가를 짊어진 김학일씨는 햇볕 알레르기로 두 팔이 붉게 변했다. 유가족들은 “엄청난 참사가 일어났는데 아무도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 한다. 우리라도 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십자가에는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직접 글을 쓰고 묶어준 노란 리본 수십 개가 달려 있다. 길 위에서 지지의 손길을 보내는 시민들도 노란 리본에 다짐을 담고 있다. ‘귀한 걸음 함께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미안합니다.’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승현군의 누나 이아름씨는 “진도 (팽목항)에 있을 때,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이 우리일까봐 두려웠다. 그런데 (동생을) 15일 만에 찾으니 다행이라기보다는 허전했다. 그래서 억울한 죽음을 어떻게든 알리려고 마음먹었고 아빠(이호진)가 웅기 아버지(김학일)에게 ‘도보순례를 했으면 좋겠다’고 제의했고, 웅기 아버지가 ‘할 일이 생겼다. 고맙다’고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아름씨는 두 아버지의 길 위 소식을 ‘누나의 순례 일기’라는 제목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한다.

유가족 3명으로 시작한 도보순례단의 참가자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에스엔에스 덕분이다. 순례단의 행보를 전하는 에스엔에스를 보고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14일에는 참여자가 40여명에 이르렀다. 세종시에 사는 임소영(39), 김윤수(41)씨 부부는 14일 두 자녀와 함께 순례단 숙소로 찾아왔다. 김씨는 15일 순례단과 함께 걸었다. 임씨는 “검게 탄 얼굴로 지친 두 아버지 모습을 보고 돌아오는데 마음이 아릿했다. 남편은 하루라도 함께 걷고 싶다며 동행했다”고 말했다. 몇 시간 함께 걸으려 왔다가 며칠씩 동행하는 경우도 생겼다. 지난 11일 천안시에서 함께 걸었던 최정혜(50)씨와 오세란(47)씨, 강영미(47)씨는 14일, 15일 공주시, 논산시 가는 길도 참여했다. 대전에 살고 있는 이들은 오이와 방울토마토, 오미자 차 등으로 순례단의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최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 깊은 우울감에 시달렸는데, 무엇인가 할 일이 생겼다는 게 다행스럽다. 우리 동네(충남)를 떠날 때까지는 동행하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에는 공주경찰서 정보관이 유가족 순례단을 미행하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다(<한겨레> 7월14일치 2면). 다음날 공주서 정보과장 등이 찾아와 “불법 미행이 아니라 초보 정보관의 실수”였다고 사과했다. 유가족들은 “순례하는 동안 (공주서) 순찰차가 호위해줘 고마웠는데 실망이 크다. 재발 방지를 바란다”고 말했다.

논산/정은주 <한겨레21> 기자 ejung@hani.co.kr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단원고 생존 학생들 도보 행진 [한겨레포커스]

■ ‘먼저간 친구들 이름으로’… 단원고생들 도보행진


‘먼저 간 친구들 이름으로’… 단원고생들 백리길 행진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16일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며 학교에서 희생자 가족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회 앞까지 1박2일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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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 친구들 이름으로’… 단원고생들 백리길 행진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16일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며 1박2일 행진 끝에 희생자 가족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회 앞에 도착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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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 친구들 이름으로’… 단원고생들 백리길 행진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16일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며 1박2일 행진 끝에 희생자 가족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회 앞에 도착해 들고온 깃발을 국회 담장에 붙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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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 친구들 이름으로’… 단원고생들 백리길 행진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16일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며 1박2일 행진 끝에 희생자 가족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회 앞에 도착해 국회 담장에 걸어 둔 깃발 앞을 한 행진 참가자가 지나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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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16일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며 1박2일 행진 끝에 희생자 가족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회 앞에 도착했다. 참사 희생 학생들의 명찰을 단 가방.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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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 친구들 이름으로’… 단원고생들 백리길 행진

학생들이 노란 우산으로 가리고 고개 숙인 채 들어서자 희생자 학부모들이 몸을 낮춰 아이들게 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있다.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16일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며 1박2일 행진 끝에 희생자 가족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회 앞에 도착하고 있다. (맨앞줄 박수치는 뒷모습은 희생자 학부모).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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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16일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며 1박2일 행진 끝에 희생자 가족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회 앞에 도착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와줘서 고맙다고 말한 희생자 어머니들이 함께 손을 꼭 쥔 채 눈물흘리고 있다.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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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16일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며 1박2일 행진 끝에 희생자 가족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회 앞에 도착해 국회 담장에 걸어 둔 깃발을 걸어뒀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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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16일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며 국회를 향한 1박2일 행진 끝에 여의도공원을 지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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