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17 21:39수정 : 2014.07.17 21:50

[잊지 않겠습니다]

엄마의 전부였던 딸에게

널 보낸 지 90일째.

“엄마의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이렇게 말하면 씩 웃었는데, 이젠 그 미소와 목소리는….

계단을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만 들리면 네가 현관문 열고 들어올 것 같고, 누우면 뒤에서 안아줄 것 같다. 배고프다고 식탁에 앉아 간식을 찾을 것 같고, 방문을 열면 책상에 앉아 공부할 것 같다. 쉴 때면 친구들과 카톡하며 킥킥 웃을 것 같아. 엄마는 너 없는 삶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넌 엄마의 희망이었고, 넌 엄마의 생명이었다. 이런 널 보내고 네가 없는 이 세상을 숨 쉬고 살고 있다는 게 너한테 미안하구나.

초등학교 때 그림에 소질 있으니 그림 공부하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면 “그림 그리면 돈 많이 들어간다“고 하던 아이. 고등학교 진학 때 샌생님이 주아는 그림에 소질이 있으니 예술고등학교 보내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씀하셨지. 그런데 선생님 말씀 따라 추천하는 학교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엄마만 생각한 것 같아 가슴을 치며 후회한다.

대학교 꼭 가보고 싶다고 자기 앞날을 설계하며, 서울에 있는 시각디자인학과 있는 대학교 검색하며 지방이 아닌 서울로 갈 거라고 말하던 우리 주아. 너와 했던 약속, 너의 꿈을 향해 준비했던 우리 주아. 약속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고, 너의 꿈 펼쳐주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 꿈에 나타나 말했던 것처럼 꼭 다시 태어나 대학도 갈거라던 말, 꼭 그렇게 해.

네가 우리 가족에게 주고간 17년의 사랑을 잊지 않고, 네가 주고 간 추억들을 하나 하나 생각하며 너에 대한 그리움으로 너에 대한 사랑으로 엄마, 아빠, 언니는 널 그리워하며 살다가 네게 가련다. 네가 있는 그곳에서 친구들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행복해야 한다. 엄마를 만날 그날까지. 나의 전부였던 나의 분신 주아야, 사랑해.

내 목숨을 잃은 엄마가

사랑하는 주아에게.

주아야. 네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 사고가 잊혀 가는 것 같아서 언니는 너무 마음이 아파. 매일 부모님 말씀 듣지 않는 나와 다르게 너무 착하고 올바르게 큰 너라서 보내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

나한테, 아니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 아직도 네가 없다는 게 실감이 안나. 네 방에 들어서면 보이는 네 영정사진을 볼 때마다 눈을 못 쳐다보겠어.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매일 밤 잠들기 전 불켜진 네 방을 보면 아직도 공부하고 있을 네가 생각나 잠을 못 이뤄. 공부와 거리가 먼 네가 부모님의 기대를 많이 샀었는데…. 그래서 부담감도 컸었고, 너도 나름대로 스트레스 받으면서 내색 한 번 안 했지.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서 게임을 몰아서 했던 널 혼냈던 게 아직도 후회가 돼.

내가 대학생 때 휴강이 날 때면 빨리 자기도 대학생 되고 싶다고 쉬고 싶다고 했었지. 그렇다고 영원히 쉬어버리면 엄마랑 아빠랑 언니는 어떻게 살라고 이렇게 가버린 거야?

우린 엄마의 단둘뿐인 딸인데 이젠 나 혼자라는 게 너무 싫어. 그렇게 예쁘고 날씬하고 똑똑한 너였는데, 그립고 보고 싶다 주아야. 추모관에 못다한 이야기 더 써 놓을게. 그리고 내 친구들이 한마디씩 하고 싶다고 해서 언니가 적어줄게. 꼭 봐.

널 너무나 사랑하는 언니가.

우리 천사 주아, 하늘나라에서 잘 살고 있지? 연락 좀 해-우빈이 오빠

주아야 많이 추웠지? 이제 따뜻한 곳에서 마음 편하게 하고 싶었던 거 하면서 편히 쉬길 바랄게-규상이 오빠

주아야 천국에선 행복해-윤섭이 오빠

주아야 언니는 간단히 한마디를 못하겠다. 정아 언니 철들게 니가 많이 도와주고 엄마, 아빠께 못다한 효도 언니가 할 수 있도록 예쁜 동생으로 도와줬으면 해. 주아가 천사가 됨으로써 그립고 슬펐지만 주아가 꼭 행복했으면 좋겠어. 네 가족이 다 함게 만나는 그날까지 꼭 행복하고 좋은 것만 봤으면 좋겠어. 이 마음이 너에게 꼭 전해지길 언니는 간절히 바란다. 사랑해. 예쁜 주아-민희언니

나도 가끔이지만 집에서 주아도 보고 가족들도 보고와.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있어. 금방 또 주아 찾아갈게. 언니랑 엄마, 아빠 잘 보살펴줘. 잊지 않을게. 우리 천사 사랑해.-유진이 언니


 

김주아양은

수학여행 갈 준비를 하던 딸은 과자를 한 보따리나 사왔다. 엄마는 딸에게 “왜 이렇게 많이 사왔냐”고 했다. 딸은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했다.

딸이 수학여행을 떠난 4월15일 아침, 출근하려고 식탁 위에 놓인 가방을 집어 들던 엄마는 깜짝 놀랐다. 반쯤 열린 가방 안에는 편지가 들어 있었다. “두 딸 키우려고 힘들었는데, 나 갔다올 동안 엄마 좀 쉬어. 냉장고 위에 엄마 생일 선물 있어.” 5월11일 엄마의 생일을 앞두고 딸이 준비한 ‘깜짝 행사’였다. 딸은 엄마의 생일 선물이라며 냉장고 위에 과자의 절반을 두고 갔다.

이렇게 집을 나선 안산 단원고 2학년 1반 김주아(17)양은 세월호 사고 사흘째인 4월18일 엄마의 품에 돌아왔다. 사고 당시 갑판까지 나왔다가 캐비닛에 깔린 친구를 구하려고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다가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아는 착하고 활달한 아이였다. 뭘 사러 가든, 놀러 가든 늘 엄마와 함께 단짝처럼 붙어 다녔다. 5살 많은 언니와 함께 자란 주아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싶어했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닷새 전인 4월10일은 주아의 생일이었다. 엄마는 주아에게 미역국을 끓여주며 오래 살라고 했다. 하지만 주아는 지금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잠들어 있다.

안산/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