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6.18 20:39수정 : 2014.06.18 23:27

[잊지 않겠습니다] ‘어른스러웠던 아들’ 전현우군

전현우군은

‘유행도 모르는 녀석, 여동생 잘 챙기는 오빠, 어른 같은 아들….’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8반 전현우(17)군에 대한 엄마의 기억이다.

전군은 평소 중학교 2학년인 여동생을 잘 돌보는 오빠로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다. 어릴 때부터 동네 놀이터에서 여동생과 손잡고 놀며 컸고, 집에서도 여동생을 챙기는 일이라면 뭐든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군은 철이 일찍 들어서 마치 어른 같았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처럼 멋을 내거나 옷차림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엄마가 “요즘 유행하는 옷 한 벌 사줄까?”라고 하면, “옷이 있는데 왜 또 사요?”라며 끝까지 말을 듣지 않았다. 갖고 싶은 게 많을 나이지만, 뭐 하나 사달라고 조르거나, 말썽을 피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또래 남학생이라면 누구나 즐기는 컴퓨터게임을 좋아하는 것이 엄마의 유일한 걱정이었을 정도였다.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할게요. 대학에 가면 아르바이트해서 경제적으로 독립할 거예요.” 전군은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군은 세월호 침몰사고가 난 지 8일 만인 4월24일 싸늘한 주검으로 사랑하는 엄마와 여동생의 곁으로 돌아왔다.

안산/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

엄마가 현우에게

하이, 현우 잘 지내지?

엄마와 여동생은 잘 지내고 있어. 현우가 지켜주고 있어서 고마워. 집안이 너무나 썰렁하고 허전하다. 냉장고에 과일도 줄어들지 않네. 현우가 과일을 참 좋아했는데….

엄마 가슴속에 항상 울 현우가 있어. 엄마 꿈에 두 번 찾아와 주었지. 항상 엄마를 편하게 해주려고 욕심도 부리지 않고 말썽 한 번 피우지도 않았던 울 현우. 엄마는 든든했던 현우를 앞으로도 생각하면서 여동생과 함께 잘 지내볼게. 현우도 엄마가 잘 지내고 있는지 잘 봐주고, 친구들도 많이 만나면서 잘 지내. 오늘도, 내일도 꿈속에서 만나자. 알겠지?

4월15일부터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아침에 토마토 하나 먹고 학교에 갔다가 바로 수학여행 차량으로 떠나기로 했었지. 그게 마지막일 줄 누가 알았을까. 언제 안아봤는지, 언제 손을 잡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너무 많은 후회들이 몰려온다. 컴퓨터게임 그만하라고 참 많이도 잔소리를 했는데, 아직도 게임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미안해, 사랑한다는 말도 제대로 못해보고.

현우는 항상 엄마에게 기둥이었어. 알지? 여동생도 참 잘 보살펴 준 것도 너무 고마워. 살면서 불평 한 번 안 하고 불행하지도 않다고 말해줘서 너무 고마워. 편안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