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6.22 20:38수정 : 2014.06.22 22:13

[잊지 않겠습니다]

‘침몰 당시 동영상’ 박수현군-엄마가 아들에게

수현아! 엄만 요즘 바빠. 그동안 너무 사회에 관심이 없던 엄마는 매일 신문도 읽고 책도 읽고 인터넷 기사도 빠지지 않고 읽으려고 애쓰고 있단다. 며칠 전 난생처음 구치소라는 데 가봤어.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 촛불시위 하던 어떤 대학생 누나가 구치소에 있거든. 짧은 시간이지만 고맙고 미안한 엄마 마음 전하고 왔어. 현실에만 안주하며 살아온 엄마에게 그들은 채찍질해주는 스승이요, 나라의 희망이야. 그리고 엄마도 누군가를 위해 촛불 들고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자극제이기도 하고….

며칠 전 분향소를 지나오는데 친구들 사진이 나오더라. 눈물이 쏟아졌어. 우리 아들 얼마나 그립던지…. 영원한 우리 아가 수현아. 누나랑 네가 보고 싶어 정말 많이 울었어. 아빠는 새벽마다 흐느끼곤 하셔. 혹시 엄마도 울면 아빠가 더 슬퍼할까 봐 우는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잘 안된다. 햇감자가 나오기 시작하니 감자를 좋아했던 네 생각이 나 눈물이 더 나고 고기가 냉장고에 그냥 있는 것만 봐도 슬프고…. 운전하다가도 복받쳐 운 것도 한두 번이 아니야. 근데 엄마가 너무 울면 우리 아들 싫어할 것 같아 웃으려 노력하지만 잘 안되는구나.

아들! 정말 보고 싶고 그립다. 근데 우리 아들 바쁜가 보다. 엄마 꿈에 놀러 올 시간도 없는 거 보면. 오늘만큼은 꼭 엄마 꿈에 나타나 주렴. 한 번만 안아 보게.


박수현군은

“엄마 나 받아쓰기 딱 한 개 맞았어요. 다 틀리지 않아 다행이죠?” 초등학교 1학년 첫 받아쓰기 시험지를 들고 온 수현이의 첫마디를 떠올리면 엄마는 지금도 웃음이 난다. 그날은 혼내지도 못하고 “아이고 우리 아들 대단해”라고 오히려 칭찬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수현이는 그런 아이였다.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지난해 수현이는 대뜸 “시신을 기증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황한 엄마는 “넌 아직 어려서 부모 동의가 있어야 하고, 아직은 허락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4월22일 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수현이를 안고 오열했던 엄마는 장례를 치르고 이 말이 생각나 다시 한번 통곡했다.

수현이는 세월호 침몰 당시 배 안에 있던 학생들의 대화 등이 담긴 동영상을 휴대전화로 찍었다. 아버지 박종대씨는 이 동영상을 ‘사고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언론에 공개했다. 수현이는 단원고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하자, 이 동아리 학생들은 단체 카톡방에서 ‘다들 사랑해’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다 용서해줘’ 등의 문자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다독였다. 안타깝게도 이들 대다수는 수현이와 함께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