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6.23 20:29수정 : 2014.06.23 22:20

[잊지 않겠습니다]

‘사제’ 꿈꿨던 박성호군-엄마가 아들에게

너무나 보고 싶은 성호야!

너 없는 시간과 공간이 너무나 공허하다. 수학여행이 이렇게도 긴 여행이 될 줄은 정말 몰랐구나.

단 한번만이라도 너를 품에 꼭 안고 사랑한다 말해주고 싶은데…. 사진 속에서나 너의 모습을 봐야 하는 이 현실이 너무나도 가혹하고 힘이 드는구나. 꿈속에서라도 너를 보고 싶은 마음인데 꿈에도 와 주지 않으니 엄마가 네게 자꾸 말을 걸 수밖에.

그 짧은 삶, 고작 고것 살고 갈 걸…. 정작 “사랑한다” 말해주었어야 했는데, 왜 그리 이 말에 인색했는지 후회만 남는구나. 걱정쟁이 엄마는 치마폭에 너를 꼭꼭 싸고 다칠라 걱정하며 뭔 보호를 하겠다고 네게 짐을 지웠었는지….

너를 잃고 가슴에 비수가 꽂히고서야 엄마는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가보다. 네가 엄마 곁에 보내준 참 착한 사람들에서 너를 닮은 모습을 보며 감사하고 있단다. 사랑하는 성호야, 너만큼 엄마가 착하지는 않지만 너 닮은 착한 마음으로 이웃과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도 하고 있고 그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다음에 엄마가 너를 만나러 갈 때 네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엄마를 꼭 지켜주렴.

그리고 팽목에서 아직 못 올라오고 있는 이들이 하루속히 돌아올 수 있도록 네가 좀 도와주렴. 사랑한다. 내 아들 성호야.


박성호군은

“엄마 저는 꼭 사제가 될 거예요.”

안산 단원고 2학년 5반 박성호(17)군은 그러나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토록 다짐했던 ‘사제의 꿈’도 세월호와 함께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평화로운 아이’란 별명이 늘 따라붙었던 성호는 성당에서 살았고 또 성당에서 배웠다. 한 소꿉친구는 성호와 싸운 기억은 딱 한 번 말다툼한 것밖에는 없다고 전했다. 화가 나면 글을 쓰며 마음을 가라앉혔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한 아이였다고 엄마는 기억했다.

엄마 정혜숙씨는 “중학교 2학년인 성호의 남동생은 아직 형의 물건을 단 하나도 못 치우게 한다. ‘형을 위해 무슨 일이든 꼭 참여해 형의 한을 풀어달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또 성호가 하늘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늘도 뛰고 또 뛴다. 침몰 사고 7일 만인 4월23일 가족 품에 안긴 성호는 사흘 뒤 안산 선부동성당에서 그토록 입고 싶던 사제복 대신 수의를 입고 잠들었다. 묵주를 꼭 쥐고 세상과 작별한 성호는 지금 안산 하늘공원에 친구들과 함께 있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