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02 20:07수정 : 2014.07.02 22:04

[잊지 않겠습니다 13]

‘의사 꿈꿨던’ 김다영양-아빠가 딸에게

‘모두 다 밝고 빛나는 기운.’ 네가 태어나고 아빠가 밤새워 찾았던 너에게 딱 맞는 이름, ‘다영’의 뜻이지.

‘똑소리나는 우리 다영이’, 유치원 때부터 너의 선생님들이 늘 하시던 말씀이었지. 다영이가 늘 중심에 있어 행복감을 느끼게 했고 삶의 의미였고 엄마와 아빠의 자랑이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멈췄고 모든 게 허전하고 혼돈이 되었구나. 허무하게도 말이지. 그동안 엄마, 아빠는 참으로 행복했고 고마웠고 미안했다.

다영아, 미안하다. 어른들을 용서하지 마라. 4월16일, 너희가 구명조끼 입고 서로 격려하며 공포에 떨면서 구조를 기다릴 때, 이틀 동안 아무도 너희를 구하려 하지 않았단다. 너희가 자랑스러워하던 대한민국이 말이다. 아직까지 진상규명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구나. 팽목항에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도 있단다. 너희들의 억울하고 원통한 죽음과 가족들의 분노, 아픔만 있을 뿐.

국회에서는 국정조사 한다고 하면서 허송세월이고, 아무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 같지 않구나.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고 가슴 찢어지는 현실이구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 나라에 사는 것이 원통하고 창피하구나.

다영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 너희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너희 의로운 희생이 밑거름이 되어 이 나라가 바로 서고 안전한 나라가 되도록 엄마와 아빠는 노력할 거야. 꼭 그런 날이 와야 우리 다영이가 웃으면서 올 것만 같아서 그래.

•김다영양은

주말이면 가족들은 집에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늘 그랬듯이 맥주를 몇 잔 마신 아빠가 과거에 했던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엄마는 “또 그 이야기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막내딸 다영이만 재미있게 아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줬다. 아빠의 흰머리가 보이면 직접 염색을 해줬다. 엄마에게 신용카드를 달라고 해서 아빠의 옷을 사오기도 했다. 다영이는 다정스런 아빠가 나이 들어 보일까 봐 항상 걱정했다. 안산 단원고 2학년 10반 김다영(16)양의 엄마가 기억하는 딸의 모습이다.

군대에 가 있는 첫째 오빠와 대학생인 둘째 오빠도 귀염둥이 다영이를 너무도 좋아했다. 다영이는 인기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열성 팬이었다. 텔레비전에서 노래가 나오면 늘 따라서 춤을 췄다. 공부도 잘했다. 초등학교 때는 전교 회장을 했고, 중학교 때는 과학영재반에 들어갔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도 반에서 늘 상위권을 유지했다.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안산/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