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03 20:31수정 : 2014.07.04 08:49

[잊지 않겠습니다]

‘마지막 동영상에서 가족 걱정’ 김동혁에게 새엄마가
사랑하는 내 아들 동혁아. 2년 전 세상에 지치고 힘들어하던 너희 아빠를 통해 너와 네 동생을 만나 단조롭고 조용하던 엄마의 일상은 많은 변화를 가지고 왔어. 외롭고 기댈 가족이 많지 않았던 너에게 외할머니, 외삼촌, 이모들이 생기고 든든한 형이 생겨서 너는 아주 뿌듯해하며 우리 가족 모두는 표정부터 달라졌었지.

친구도 많이 없어서 집에만 있던 네가, 행복해하는 가족들의 기원 아래 단원고 착한 친구들을 사귀고, 만화 그리기를 하며 친구들과의 시간을 엄마에게 전해줄 때, 아빠는 늘 너를 응원하며 진짜 행복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었어. 너랑 함께 먼길 떠난 너의 제일 친한 친구, 순영이, 하용이, 윤수, 종영이, 그리고 그렇게 친하고 싶다고 말했던 외국인 친구 슬라바. 모두 잘 지내니?

전원 구조됐다는 보도에 네가 갈아입을 옷을 걱정하며 진도로 내려갔던 엄마와 아빠. 하지만 3일 밤낮을 기도만 하던 너의 착한 아빠는 이제 더 이상 생존의 희망보다는 너를 빨리 찾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팽목항과 진도 체육관을 동분서주했었어.

앉아서 기다리기엔 절차와 날씨와 기술로 좋지 않은 구조체계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게 아빠의 마음이었어. 23일 새벽 엠피(MP)3와 나타난 너의 시신을 보며 엄마와 아빠는 또다시 비통하고, 그 순간에도 널 찾은 것이 아직 찾지 못한 부모님들께 너무 죄송했단다. 너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좋은 추억 만들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건강하게 돌아오라고 말했던 아빠는 입을 찢고 싶은 분노로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

자는 듯이 예쁜 모습으로 부모님 품에 돌아와 줘서 너무 고마워. 내 아들. 얼마나 무섭고 얼마나 고통스러웠니. 구조를 믿고 기다리다 침수됐던 너와 너의 그 많은 친구에게 엄마가 어떻게 하면 용서를 구할 수 있겠니.

“엄마 아빠 사랑해요, 내 동생 어떡하지?”라고 마지막 영상을 남긴 생때같은 내 아들아 너무 고맙다. 네가 내 아들이 되어줘서 그리고 앞으로 평생 단원고 2학년 4반 7번 김동혁의 엄마로 살게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용접공으로 20년 넘게 살아온 착한 아빠를 자랑스러워했던 너. 동혁아, 그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힘을 좀 내줄래. 마지막 한 명까지 친구들 어떤 모습으로든 엄마 아빠한테 돌아올 수 있게 너희가 좀 도와줘.

동혁아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세금을 내고 묵묵히 일자리에서 소시민으로 살아왔던 너와 친구들의 엄마 아빠가, 너희 희생이 제발 헛되지 않길 강렬히 원하고 있어. 네 동생이, 그리고 이 땅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이 마음 놓고 여행 다니고, 마음 놓고 내 나라를 자랑할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길 멀리서 응원해주길 바래.  

내 아들 김동혁, 네가 가장 힘든 시간에, 너와 함께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네가 걱정했던 너의 여동생, 너의 착한 아빠, 꼭 이 새엄마가 지켜줄게. 동혁아 사랑해.


•김동혁군은

안산 단원고 2학년 4반 김동혁(17)군에게는 2년 전 새엄마가 생겼다. 아빠, 여동생하고만 살던 동혁이는 항상 엄마의 정을 그리워했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엄마라고 부르며 끌어안고 뽀뽀하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정성을 쏟아주는 새엄마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엄마는 동혁이에게 새 신발을 사줬다. 하지만 동혁이는 신발이 너무 맘에 들어서 아껴 신겠다며 다른 신발을 신고 수학여행을 떠났다.

동혁이의 마지막 모습은 같은 반 친구 박수현(17)군이 세월호 안에서 휴대전화로 찍은 동영상에 남아 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4월16일 아침 8시52분부터 15분간 촬영된 이 동영상에서 동혁이는 “엄마 아빠 내 동생 어떡하지”라며 오히려 가족들을 걱정했다. 엄마 아빠와 여동생은 이 동영상 속의 동혁이를 보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안산/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