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8.05 20:29수정 : 2014.08.05 21:32

[잊지 않겠습니다]

한의사 꿈 키우던 해화에게

사랑하는 딸 해화야.

엄마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힘이 드는구나.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무엇을 먹어도 아무 맛도 느낄 수가 없구나.

엄마는 지금도 믿을 수가 없단다. 내 딸이 엄마 곁에 없다는 것을. 물론 그런 일을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제주도 수학여행 갔다 와서 선물로 한라산 초콜릿 사다 줄 사람 많기도 하다”면서 여행 짐을 꾸린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너를 못 본 지 100일이 훌쩍 넘었구나.

엄마를 많이 생각해주고,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모두 쫑알대면서 “엄마한테 다 이야기해야만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던 우리 딸. 때론 엄마 친구가 되어 주고, 때론 엄마 보호자 역할도 해줬는데….

엄만 요즘 머릿속에 구멍이 난 것만 같구나.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딸인데 엄마가 다 못해 준 게 미안하기도 하고. 우리 사이를 두고 ‘엄마와 딸이 참 보기 좋다’며 주위 사람들이 많이도 부러워했는데…. 이제 그 자리를 동생이 해주려고 애쓰고 있구나. 엄마에게 전화하던 우리 딸 목소리가 그립고 또 그립구나. 하지만, 이제는 들을 수 없으니….

해화야! 아직 한 번도 엄마 꿈에 찾아오질 않는구나.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내서 그런가? 오늘 밤엔 엄마 품에 꼭 들어오렴. 보고 싶다 해화야.

•김해화양은

“통솔력도 있고 모든 것을 열심히 하려는 똑 부러지는 아이였어요. ‘예쁘고 자상한 한의사가 되겠다’며, 중학교 때부터 한자 공부를 열심히 하며 꿈을 키웠지요.” 김해화(단원고 2학년 9반)양의 엄마는 바닷속에서 허망하게 져버린 꽃 같은 딸을 이렇게 소개했다.

늘 당당하고 친구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던 해화. 간호사로 일하는 엄마가 일주일에 두어번씩 야근을 하는 게 안쓰러웠던지, 새벽 2~3시가 넘어서도 잠을 자기 전 꼬박꼬박 안부 전화를 걸었다. “엄마 별일 없지? 나는 공부도 다 했고 해서…. 엄마 일하는데 미안하지만, 먼저 꿈나라 갑니다~”라고.

해화는 엄마와 함께 다니던 교회에서는 유치부 보조교사로 활동했다. 어릴 적부터 친구도 많았다. 해화가 떠난 지금 친구들이 엄마에게 해화를 대신해 안부 전화를 한다고 엄마는 울먹였다.

4월25일 엄마 품에 안긴 해화는 경기도 평택 서호공원에 잠들어 있다. 딸을 잊지 못하는 엄마는 해화 동생을 데리고 해화 방에서 잠을 청하며 딸을 그린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