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10 21:55수정 : 2014.09.10 21:58

[잊지 않겠습니다]

동물학자 꿈 키우던 재강에게


재강아, 사랑하는 너를 머나먼 곳으로 보내야 했던 아빠, 엄마 그리고 동생 민영이. 우리는 하루하루 네가 보고 싶고 만지고 싶어. 재강아, 아무리 이름을 불러 봐도 다시는 볼 수도 안아볼 수도 없는 내 새끼. 아빠와 엄마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어. 널 지켜주지도 못한 이 못난 아빠와 엄마.


사랑하는 아들아, 아빠와 엄마의 아들로 이 세상에 와서 고마웠고 민영이의 착한 오빠로 살아 줘서 고마워. 넌 엄마한테도 착한 아들이었지. 지난겨울 산천어 낚시 갔을 때 엄마가 고기를 잡으면 네가 달려와서 바늘에서 고기를 빼주고 했는데, 이제는 아들이 없어서 누가 해줄지. 산천어 낚시가 마지막 가족 여행이 돼 버릴 줄이야. 그때 너무 재미있게 놀고 왔는데. 이제는 갈 수가 없을 것 같아. 멋진 아들이 없는데 우리 가족이 어딜 가겠어.


넌 엄마의 보물이야. 나의 멋진 아들 재강아, 엄마가 다음에 너 있는 곳에 가서 꼭 아들을 찾을 거야. 그때까지 선생님과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있어. 강아, 할아버지들도 만나뵙고 해. 엄마가 갈 때까지 아프지 말고, 밥 잘 먹고 건강하고 항상 웃는 얼굴로 지내고 있어.


사랑해, 사랑해. 엄마의 보물, 아빠의 보석 재강아.

엄마가


허재강군은


안산 단원고 2학년 7반 허재강(17)군의 꿈은 동물학자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집에서 곤충을 키웠고, 산소에 벌초하러 가면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새끼 뱀을 잡아 와서는 엄마에게 “귀엽지 않냐”고 묻곤 했다. “크면 오지로 가서 동물을 연구하는 일을 하겠다”고 엄마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다.


재강이는 중학교 3학년 여동생과 싸운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착하고 순한 성격이었다. 중학생 때 어떤 학부모가 아이들 먹으라고 햄버거를 학교에 사다 준 적이 있었다. 재강이만 먹지 않고 햄버거를 집에 가져가려고 하자 그 학부모가 이유를 물었다. 재강이는 “집에 있는 여동생에게 갖다 주려고 한다”고 했다. 여동생이 신경질을 부리면 늘 져주는 속 넓은 오빠였다.


재강이는 세월호가 침몰하던 4월16일 오전 8시46분과 9시44분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배가 기울어졌고 물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침착한 목소리여서 엄마는 ‘별일 아니겠지’라고만 생각했다고 한다.


“그때 마지막 전화가 왔을 때 빨리 배에서 탈출하라고 할걸….” 엄마는 아직도 이렇게 자신을 탓한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