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16 20:35수정 : 2014.07.17 10:31
현정이 엄마가 제자들과 함께 떠나신 최혜정·유니나 선생님께
“이제야 말씀드립니다…죄송하고 고맙습니다. 편히 쉬세요”
[잊지 않겠습니다 22]
그림 박재동 화백 |
그림 박재동 화백 |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2학년 김현정(17)양의 1학년 때 담임은 최혜정 교사였다. 2학년에 올라와서는 유니나 교사가 담임을 맡았다. 모두 침몰사고 당시 제자들을 구하려다 숨졌다. 사랑하는 딸을 잃고 두 담임의 장례식까지 지켜봐야만 했던 현정이의 어머니가 ‘잊지 않겠습니다’ 연재 한 달을 맞아 두 선생님께 쓴 편지를 보내왔다.
최혜정·유니나 선생님은…
어느 땐 언니 같았고, 또 어느 땐 친구 같았다. 따뜻하고 자상한 선생님들이었다. 세월호 사고 당시 제자들을 구하다 숨진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9반 담임 최혜정(24·영어), 2학년 1반 담임 유니나(28·일본어)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기억이다.
지난해부터 교단에 선 최 교사는 학생들을 여동생처럼 대했다. 함께 군것질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도 자주 교무실로 찾아와 품에 안겼다 가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4월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탈출하기 가장 쉬웠던 5층 객실에 있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지 않고 아이들이 있었던 4층 객실로 뛰어내려갔다. 휴대전화로 아이들에게 ‘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고 말했다. 그러나 9반 학생들은 단 2명밖에 구조되지 못했다. 탈출이 어려웠던 선미 중간 쪽 창문 없는 객실에 있었기 때문이다.
유 교사는 2011년부터 단원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수업시간에 일본 씨름인 스모 선수의 가면을 쓰고 아이들과 함께 일본 음식을 나눠 먹으며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했다. 부드럽지만 똑 부러지는 성격이어서 학생들에게 ‘인기짱’이었다. 유 교사도 세월호 5층 객실에 있다 아이들을 구하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간 뒤 실종됐다. 사고 54일째인 6월8일 세월호 3층 식당에서 발견됐다.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1반 학생들은 10개 반 가운데 가장 많은 19명이 구조됐다.
짧은 생을 마감한 두 교사는 지금 경기도 화성 효원납골공원에 제자들과 함께 잠들어 있다.
안산/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단원고 생존 학생들 도보 행진 [한겨레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