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킬링필드' 다큐 <빨갱이 무덤> 도웁시다"

박훈 변호사 등 '다큐멘터리 Red Tomb 후원회' 모임 ... 민간인학살사건 다뤄
12.07.18 12:23l최종 업데이트 12.07.18 12:23l

 

"한국의 '킬링필드'인 국민보도연맹원을 비롯한 민간인학살사건은 과거 이승만 정권에 의해 자행되었지만, 이같은 사실은 학생들에게도 가르치지 못하는 역사가 되었다. 당시 최대 110만 명이 학살된 민간인 중 20만 명에서 32만 명이 국민보도연맹원이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인 박훈 변호사가 다큐멘터리 <Red Tomb(빨갱이 무덤)> 후원회 초청장에 적은 글이다. 오는 20일 창원축구센터 관리동 2층 세미나실에서 후원 모임을 갖는다.

'빨갱이 무덤'은 독립영화로 제작되고 있는데, 제작비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져 지역 인사들이 나선 것이다. 박 변호사와 강창덕 전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등이 나서 후원회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 독립영화는 구자환 감독이 중심이 되어 제작하고 있다. <민중의 소리> 기자인 그는 오래 전부터 자료조사와 촬영을 해오고 있다. 2004~2008년 진주를 비롯한 몇 곳의 민간인학살 매장지 발굴 현장을 사전 촬영해 놓았고, 올해 5월부터는 유해매장지 확인과 유족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화 속에는 1948년 국민보도연맹의 결성 과정에 대한 접근으로 배경을 설명하고, 현장에서 사건이나 증언이 카메라에 방해받지 않고 흘러가도록 관찰자로서의 입장을 가지며, 현장 인터뷰는 가슴에 담고 있는 솔직한 감정들을 꾸밈없이 담을 수 있도록 순간적인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구자환 감독은 "역사적 진실에 대한 탐사와 학살의 현장을 기본 배경으로 하고, 딱딱한 시사적 구조가 되지 않도록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을 내세워 가 지역별 사건들을 현장감 있게 소개할 것"이라며 "지역과 사건, 등장인물이 다양하게 전개되는 만큼 영화적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사건중심이 아닌 인물중심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 감독은 "3년 전 제작을 시도했다가 제작비를 해결하지 못해 포기했다"며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이 남지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이들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작업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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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보도연맹' 등 한국전쟁 전후에 일어났던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 Red Tomb(빨갱이 무덤) >(감독 구자환)이 제작될 예정인 가운데, 박훈 변호사와 강창덕 전 경남민언련 대표 등 인사들은 '후원회'를 결성하기로 하고 오는 20일 오후 7시 창원축구센터 세미나실에서 모임을 갖는다. 사진은 진주 문산읍 진성고개의 유골 발굴 모습으로, 위 사진은 고 이상길 경남대 교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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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학살 곳곳에서 자행 ... 경남부산만 3만여명 추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은 전국 곳곳에서 자행되었다. 알려져 있는 학살 장소만 해도 126곳이다. 희생된 대다수 국민보도연맹원은 농민이었고, 정치이념과 관계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전쟁 전후 재판조차 받지 못하고 무고하게 희생된 것이다.

이승만정권이 몰락한 뒤 피해가족들은 유족회를 만들어 진상규명을 요구했지만, 박정희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유족들은 오히려 '빨갱이'로 몰린 것이다. 이후 유족회의 활동은 반세기가 넘는 기나긴 침묵 속에 묻혀버렸고, 유족들은 자식들에게조차 그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했던 것이다.

진상규명·명예회복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작되었다. 유족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했지만 김영삼·김대중 정부는 모른채 했던 것. 2005년 '민간인학살 통합특별법'이 만들어지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 작업이 진행되었다.

진실화해위는 5년간 활동하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뒤 2010년 12월에 활동을 종료했다. 그동안 경산 코발트광산, 청원 분터골, 구례 봉성산, 대전 산내골령골 등에 대한 유골발굴을 하기는 했지만, 아직 발굴하지 못한 매장지가 많이 남아 있다.

학살은 경남 곳곳의 산과 바다 등에서 자행되었다. 주민 증언에 의하면, 마산지역에서는 1600여 명이 바다에 수장됐고, 김해 진영 335명, 거제 730명, 진주 명석 200여 명, 진주 금산 100여 명, 사천 100여 명, 함안 여양리 200여 명이 총살되거나 학살됐다. 울산, 창녕, 삼랑진, 통영, 밀양, 남해, 하동, 함양, 산청, 의령, 함안 등지에서도 그 숫자는 알 수 없지만 보도연맹원 학살이 있었다.

유족회는 "경남에서만 적어도 1만 명 이상이 국민보도연맹원 사건으로 희생됐고, 또 마산·진주·부산형무소에 있던 정치범과 국민보도연맹원 희생자가 1만 명 정도다"며 "보도연맹원들이 아닌 공비토벌과정에서 학살된 무고한 이들까지 합치면 부산·경남에서만 3만 명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박훈 변호사는 "국민보도연맹 학살사건은 진주, 창원, 마산, 합천, 창녕, 거제, 통영, 김해, 사천, 고성, 밀양 등 지역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것은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다큐멘터리가 제작비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딱한 사정을 전해 듣고 '다큐 영화'의 환성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후원회를 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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