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27 01:27수정 : 2015.03.27 08:04

인력 120명 중 30명 축소한 90명 제시
예산도 192억에서 130억으로 줄어들 듯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위)의 조직·예산안 처리를 한달 넘게 미뤄오던 정부가 조직 규모를 특위 쪽 요청안보다 대폭 축소한 최종안을 특위 쪽에 제시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정부안은 세월호 특별법에서 규정한 조직 정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특위 쪽은 정부안대로 할 경우 참사 원인과 정부 대응의 적정성을 조사하는 진상 규명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특위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과 이석태 특위 위원장은 25일 서울 양재동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에서 비공개로 만나 특위 조직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유 장관은 특위가 요구한 조직안인 사무처 3국(진상규명국·안전사회국·지원국) 가운데 안전사회국과 지원국을 과장급인 담당관제로 축소하는 안을 제시했다. 또 정부가 요구해온 사무차장직 신설은 포기하는 대신, 기존 행정지원단을 행정지원실로 격상하는 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와 함께 조직 정원도 특위가 세월호 특별법(제15조)에 근거해 요구한 120명(상임위원 5명 제외)보다 30명이 줄어든 90명으로 축소하자고 했다.


이에 따라 예산도 특위가 요구한 192억원에서 새누리당 추천 특위 위원들이 제시한 130억원 정도로 감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특위는 예산을 240억원으로 책정했지만, 새누리당이 “세금도둑”이라며 비난 여론을 펴는 바람에 예산 요구 규모를 줄인 바 있다.

특위는 △진상 규명 업무 40명 △안전사회 업무 27명 △지원국 14명 △행정 20명 등의 인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안대로 30명을 축소할 경우 다른 국의 인력 수요를 메우려면 진상규명국 인원의 축소가 불가피해진다. 특위 관계자는 “특위의 목적인 진상 규명 업무는 축소하고 정부 개입 여지가 큰 행정 업무 조직은 키우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안전사회국 축소 요구에는 “업무가 중복된다”는 국민안전처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은 특위의 업무 가운데 하나로 ‘재해·재난 예방 및 대응 방안 마련.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을 규정하고 있다. 특위는 26일 오전 서울지방조달청에 있는 임시사무실에서 전원위원회를 소집해 정부안을 논의했다. 일부 위원은 “정부가 인력과 예산을 축소하려는 것은 특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석태 위원장은 23일 “특위가 요구한 조직·예산안을 정부가 처리해주지 않을 경우 중대 결단을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 ▶이석태 특위위원장 “세월호 특위 축소 땐 중대 결단”). 이에 해수부는 이튿날 이 위원장 쪽에 만남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일단 특위의 의견을 최대한 정부 쪽에 전달한 뒤, 정부의 조직·예산안 입법예고 내용을 보고 추후 의견을 밝히겠다’는 뜻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위 내부에서는 위원장 사퇴 등 강경 대응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