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ressEngine ver.2

글 수 1,138
  등록 :2015-10-06 18:47

‘종교재판 출교 변선환 20주기 추모’ 준비한 감신대 이정배 교수
감신대 이정배 교수
감신대 이정배 교수


종교재판이 중세 가톨릭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가 영국 국교회 권위에 도전했다가 파문당했고, 그 200년 뒤 우리나라에서도 감리교의 대표적인 신학자가 극우파 김홍도 목사의 금란교회에서 3천여명의 신자들에게 에워싸인 채 종교재판을 받고 출교됐다. 그렇게 감신대 학장직은 물론 목사직, 신자직마저 잃은 지 3년 만에 세상을 뜬 변선환(1927~95) 박사의 20주기를 맞았다.


그의 제자 이정배(60) 감신대 교수는 6일 “스승을 뵐 면목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실제로 감신대 교내에서는 이날 ‘변선환 20주기 추모 행사’와 동시에 재단 이사회에 대한 반발로 일부 교수가 단식을 시작하는 등 20년 전의 갈등이 여전한 듯했다. 상당수 교수와 학생들은 ‘전임 이규학 이사장이 전횡으로 물러난 뒤 선임된 김인환 새 이사장마저 과거와 단절보다는 수구를 택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안식년인데도 스승의 추모 행사를 위해 학교에 나온 이 교수는 “변선환은 교회권력에 의해 학교가 지배당하는 것을 가장 염려했는데. 이런 악순환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뿐일까. 변선환이 그토록 주창한 기독교의 토착화가 제자리걸음인 것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변선환은 “아시아인이 아시아의 민중성을 놓치면 아시아의 신학일 수 없다”며 “기독교가 아시아의 종교들과 함께 세상을 위한 공동체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불교의 이기영 교수, 유교의 유승국 교수, 민중신학자 안병무 교수, 개신교 강원용 목사, 가톨릭의 심상태 신부 등과 깊이있는 대화와 교류를 했다.


기독자교수협의회장을 지낸 이 교수도 스승의 뜻에 따라 주자학을 공부했고, 대화문화아카데미 활동 등을 통해 이웃 종교와 다양한 교류를 했다. 변선환의 중매로 만난 그의 부인 이은선(세종대·여자신학자협의회 신학위원장) 교수도 스위스 유학에서 ‘페스탈로치와 왕양명’을 공부했고, 동학에도 조예가 깊다.


이 교수는 “변선환은 ‘전인류를 구원하실 때까지 기독교인만의 구원은 있을 수 없다’는 신념으로 ‘기독교 밖에도 구원이 있다’고 말한 것인데, 이를 두고, 보수 목사들이 ‘예수가 흘린 피는 개피냐’고 성도들을 자극해 종교재판으로 몰았다”고 말했다.


“변선환은 정치적 타협을 통해 살 길을 모색하지도 않고, 순교자가 되어 죽는 길을 택한 올곧은 학자였다. 한국 교회는 변선환 개인만을 내친 것이 아니라, 그가 주장한 페미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종교다원주의와 같은 넓은 사상과 시대의 흐름까지 배척해버렸다.”


하지만 그는 ‘신념은 굳되, 제자들과 이웃들에게 자상하기 그지없었고, 민중을 사랑했고, 기독교의 토착화를 선도했던 스승의 맥이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보수 교회는 변화가 없음에도, 희망의 싹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변선환의 모교로 미국의 명문대엔 드루대에서도 2년 전 변선환의 사상을 기리는 국제 세미나가 성황리에 열렸다. 또 5일 경기도 용인 변선환의 묘소를 찾은 길엔 후학 40여명이 함께 찾아 ‘변선환이 못 이룬 꿈을 이루기’를 기도했다.


감신대는 100주년기념관에서 변선환 어록과 사진 작품전을 8일까지 한다. 또 8일 오후 1시엔 김경재 한신교 명예교수가 설교하는 추모예배와 심포지엄 및 <선생님 그리운 선생님 변선환>, <하나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출판 기념회도 열린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번호
제목
글쓴이
1018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이낙연 지사에게 감사패
[관리자]
9372   2016-03-10
2000년 국회의원 시절부터 과거사 진상 규명, 명예 회복 노력 평가 정진영 기자 | mokpotimes@hanmail.net 승인 2016.03.10 21:41:41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회장 오길록)가 지난 9일 이낙연 전라남도지사에게 ...  
1017 다중지성의 정원 2016년 2분학기가 4월 4일 개강합니다~!
다중지성의 정원
34676   2016-03-10
▶ 메일링 신청 >> http://bit.ly/17Vi6Wi ▶ 웹홍보물 거부 >> http://bit.ly/1hHJcd7 ▶ 홍보하면 좋을 사이트를 추천해주세요! >> http://bit.ly/SMGCXP  
1016 연세대 교수, 막말 "개념 있었다면 세월호 탈출했을 것"
[관리자]
4894   2016-03-08
한겨레 | 입력 2016.03.08. 19:56 | 수정 2016.03.08. 21:36 #EXTENSIBLE_WRAP {position:relative;z-index:100;height:250px;} #EXTENSIBLE_BANNER_WRAP {} #EXTENSIBLE_BANNER {position:relative;width:2...  
1015 "아버지 뼛조각 하나라도 찾을 수 있다면…"
[관리자]
9763   2016-03-08
대전 | 2016.03.07 09:52:55 서어리 기자 · 해체 앞둔 진실화해위…"산적한 과거사 문제는 어쩌고" "사랑니까지 다 나면 몇 살이죠?" "아마 스물네 살 정도?" "젊은 양반이셨네. 아이고" 흙을 털어내니 흰색 빼곡한 치...  
1014 한국군 베트남 민간인 학살 50주년 위령제, 한국인 사죄의 첫걸음
[관리자]
5619   2016-03-06
등록 :2016-03-04 21:28수정 :2016-03-05 10:05 ‘빈안학살’의 생존자 응우옌떤런씨. 사진 조우혜 프리랜서 사진가 [ 토요판] 커버스토리 / 베트남 평화기행 50년만에 한국정부 책임 촉구한 생존자 런 1004명 죽은 베트남 빈안...  
1013 필리버스터 결정적 순간 TOP 10
[관리자]
9001   2016-03-03
등록 :2016-03-02 15:00수정 :2016-03-02 17:43 9일 동안의 필리버스터는 말의 잔치였습니다. 야당 의원들의 말은 영상에 실려 SNS라는 고속도로를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그들의 말 속에 담긴 메시지와 의지까지 시민, 유...  
1012 진선미 “대통령 책상 쳤다고? 나는 가슴을 치고 싶다”
[관리자]
9009   2016-02-29
등록 :2016-02-28 16:11수정 :2016-02-28 19:22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을 이어가면서 주먹으로 가슴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18번째 필리버스터 주자, 27~28일 9시...  
1011 [이순간] 부산의 첫 소녀상, 일어서다
[관리자]
5053   2016-02-29
등록 :2016-02-28 18:47 사라진 의자 가슴에 얹은 손 ‘불가역적 해결’ 좌시할 수 없다는 시민들의 다짐 “평화로운 이 땅에 더 이상의 아픔은 없어야 합니다. 전쟁 없는 세상! 평화로운 나라를 염원하는 국민의 뜻을 담아 ...  
1010 최민희 의원에게 누리꾼이 제시한 ‘완벽’ 필리버스터 초안
[관리자]
5146   2016-02-25
등록 :2016-02-24 16:38수정 :2016-02-24 16:44 필리버스터 낭독용 원고 씽크플로우 초안. 오늘의 유머 제공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 누리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1009 [배달의 한겨레] 테러방지법 반대 릴레이 필리버스터 특집
[관리자]
9482   2016-02-25
등록 :2016-02-25 01:36수정 :2016-02-25 08:07 2월25일 뉴스 브리핑 <디지털 한겨레>가 매일 아침 <한겨레>에 실린 수많은 콘텐츠 가운데 주요 콘텐츠 몇 가지를 골라 독자 여러분께 브리핑 해드리는 ‘배달의 한겨레’, 2월25일...  
1008 은수미 국회의원, 장거리 레이스 구슬땀 뚝뚝
[관리자]
9145   2016-02-24
심우일 기자 | 승인 2016.02.24 15:05 더민주당 은수미 국회의원이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장 필리버스터 시간을 기록했다. 박한상 의원이 가지고 있던 10시간 15분 기록을 깬 것이다. 6선의 고 박한상 의원은 1969년 3선 개헌을...  
1007 10시간 ‘필리버스터’ 은수미 의원은 누구?
[관리자]
9313   2016-02-24
등록 :2016-02-23 21:09수정 :2016-02-24 10:51 지난 7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인터뷰어이자 30년 지기인 이진순 희망제작소 부소장을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놨다. 둘은 똑...  
1006 결딴난 균형외교…한국, 미·일동맹 ‘하위 파트너’ 전락
[관리자]
4942   2016-02-23
등록 :2016-02-21 21:01수정 :2016-02-22 11:08 박근혜 정부 3년 천안문 망루 외교 등 미·중 안배 위안부 합의·북 핵실험 뒤 급변 개성공단 폐쇄 ·사드배치 협의…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강화 한반도 평화는 위기에 ...  
1005 [정세현 칼럼] 개성공단 폐쇄로 휴전선 다시 남하
[관리자]
8894   2016-02-22
등록 :2016-02-21 18:58수정 :2016-02-21 21:11 지난 10일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선포하자 북한도 바로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했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민주정부 10년 대북정책 승계를 표방하는 더불어...  
1004 임동원·백낙청 “야당, 대북강경책 방관·합리화”
[관리자]
4869   2016-02-21
등록 :2016-02-19 19:00수정 :2016-02-20 12:33 한반도평화포럼 비판 성명 김종인·이수혁·이상돈 발언 겨냥 “두 야당 대북정책 혼선 사과와 책임있는 조처 있어야” 해임·자진사퇴 에둘러 촉구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백낙청 ...  
1003 어리석고도 위험하다 / 서재정
[관리자]
4709   2016-02-17
등록 :2016-02-17 21:52수정 :2016-02-17 22:19 실패를 위기로 돌파하려는가? 하나의 위기를 또 다른 위기로 돌파하려는 시도는 이제 그 파국적 종착역으로 치닫고 있지 않은가?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명백...  
1002 새책! 『정동의 힘』(이토 마모루 지음, 김미정 옮김) ― 미디어와 공진(共振)하는 신체
도서출판 갈무리
8743   2016-02-05
▶ 갈무리 도서를 구입하시려면? 인터넷 서점> 알라딘 교보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인터넷영풍문고 전국대형 서점>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북스리브로 서울지역 서점> 고려대구내서점 그날이오면 풀무질 더북소사이...  
1001 법원 "정부, 양산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손해 배상하라"
[관리자]
5014   2016-02-02
한겨레 | 입력 2016.02.01. 21:46 [한겨레]부산지법, 위자료와 별도로 지급 판결 “정부 불법행위 배상 의무” 정부쪽 ‘소멸시효 완성’ 인정 안해 “희생자 55살까지 벌 수 있던 금액 농촌 일용 노임단가 적용해 줘야” 6·2...  
1000 채현국 “나이만 먹었지 청년으로 살 수밖에 없다”
[관리자]
8144   2016-02-02
등록 :2016-02-01 11:59수정 :2016-02-01 14:03 정치BAR_‘청춘아, 정치하자’ 피티쑈의 특별손님 1월25일 서울 홍대앞 미디어카페 후에서는 정치BAR의 2번째 피티쑈가 열렸다. 이번 피티쑈의 주인공은 청년이었다. 주제는 ‘청춘아...  
999 영하 23도 혹한에…비닐 덮고 버티는 소녀상 지킴이들
[관리자]
9008   2016-01-19
등록 :2016-01-19 11:04수정 :2016-01-19 15:26 서울의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간 19일 새벽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청년들은 커다란 비닐을 덮고 추위를 견뎠다. 이날 체감온도는 영하 ...  

자유게시판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