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5-05-13 22:13수정 :2015-05-14 11:08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왼쪽)이 다시 마이크를 잡고  “지금까지 공갈치지 않았다. 사퇴하겠다. 지도부도 사퇴하라.”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서 나가려하자 문재인 대표가 손을 뻗어 만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왼쪽)이 다시 마이크를 잡고 “지금까지 공갈치지 않았다. 사퇴하겠다. 지도부도 사퇴하라.”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서 나가려하자 문재인 대표가 손을 뻗어 만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지난 대선 문재인에게 표를 던진 48%의 민심은 새정치연합에 요구합니다
당장 계파 기득권 싸움을 멈추고 기득권 포기 및 타파 작업에 착수하라고
민심의 인내도 바닥나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 닥치고 혁신!

저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 운동’의 세례를 받으며 청년 시절을 보낸 사람이지만, 호남 출신도 아니고 연고도 없습니다. 최근 ‘호남 민심’에 대한 정치권의 격론을 접하며 막역한 호남 친구들과 얘기도 하고, 저 나름의 관찰과 분석도 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호남 민심’의 실체는 이하로 다가왔습니다.

첫째, 호남 민심은 호남 지역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공천 방식에 불만이 많다. 유능한 새 인재가 자라고 뽑힐 수 있는 틀이 아니며, ‘토호’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하여 민심을 왜곡하고 있다. 둘째, 호남 민심은 호남 현역 (다선) 의원들의 행태에 불만이 많다.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은 ‘집권당’인데,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셋째, 호남 민심은 노무현 당선에 호남의 기여도가 크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대북송금 수사를 전개했던바, 참여정부가 이를 통하여 우회적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에게 모욕을 주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넷째, 이상의 불만은 대선 시기 안철수 지지, 근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이정현과 천정배의 당선 등으로 표출되었다. 이는 호남 민심이 새정치연합에 주는 경고다. 다섯째, 호남 민심은 ‘동교동계’의 부활이나 ‘호남 지역당’이 만들어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야권 내 호남 출신 지분 확보용으로는 괜찮을지 모르나, 전국적 차원에서는 ‘호남 고립화’를 자초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호남 민심은 새정치연합 내부 ‘친노 기득권’에 비판적이면서도 ‘호남 기득권’의 청산 역시 강력 희망한다.

사실 이러한 호남 민심은 전국의 진보적 유권자의 마음이기도 할 것입니다. 새정치연합은 중도보수와 중도진보의 연합정당입니다. 소선거구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김한길 전 대표 등이 중도개혁을 주창하며 만든 ‘대통합민주신당’의 노선에 동의하는 분들부터, 학생운동 및 시민사회운동 출신으로 새정치연합의 ‘진보화’를 추구하는 분들까지 한 정당 안에 다 모여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노선 차이가 아닙니다. 기득권이 문제입니다.

특히 각 계파는 기득권 유지 및 확장을 위하여 호남 민심 중 일부만을 부각해 싸우고 있습니다. 김대중과 노무현 모두의 성과를 끌어안고 과오를 극복하면서 무능과 부패로 점철된 박근혜 정권과 싸워야 할 제1야당이 ‘친김대중’과 ‘친노무현’으로 갈라서서 상대를 비방하는 퇴행현상이 재현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에 대해선 한마디 비판도 하지 않으면서 반대 계파 비판에서 목청을 높이는 몇몇 정치인의 모습 앞에서는 어이가 없습니다.

새정치연합이 해야 할 일은 계파를 넘어 기득권을 깨뜨리는 문화, 구조, 기준을 만드는 것입니다. 먼저 새정치연합의 호남 및 수도권 지역 다선 의원들의 용퇴와 ‘적지’(敵地) 출전이 필요합니다. 대구 출마를 고수하는 김부겸과 부산 출마를 고수하는 김영춘에게 배워야 합니다. 둘째, 객관적 기준을 세워 민심에 역행하는 사람들을 계파와 지위를 막론하고 물러나게 해야 합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생긴 빈자리를 지역이나 전문분야에 확실한 능력을 인정받은 ‘신진’으로 채워야 합니다. 셋째, 경쟁, 승복, 공존의 규칙을 확립하고 구성원이 이를 내면화해야 합니다. 계파 나눠먹기를 봉쇄하는 공천 기준을 올해 내로 확정해야 합니다. 이 절차에 따른 후보 선출에 승복하지 않는 사람은 엄중 징계해야 합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은 김한길·안철수 대표가 못했던 일이고, 문재인 대표가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일입니다. 지난 대선 시기 문재인에게 표를 던진 48%의 민심은 새정치연합에 요구합니다. 당장 계파 기득권 싸움을 멈추고 기득권 포기 및 타파 작업에 착수하라고. 또한 경고합니다. 이 작업 없이는 누가 대표가 돼도 패배가 기다릴 것이라고. 후보 개인과 정강과 정책이 아무리 멋져도 내부 문제도 해결 못하는 정당에 어찌 나라를 맡기겠습니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민심의 인내도 바닥나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 닥치고 혁신!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