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6·25 민간인 학살조사연구회 대표 "민족상잔 아픔, 화해와 통합으로 승화해야"

현장 발굴·유전자 분석 등 사건 재구성해 진실 규명 / 내달 추모상 제막식 예정

최명국  |  psy2351@jjan.kr / 최종수정 : 2015.08.03  23:49:55
  
“민족상잔의 아픔을 통합과 화해의 길로 승화해야 합니다. 지역사회의 무관심 속에 잊혀진 전쟁 중 민간인 학살사건을 재조명하는데 남은 생을 바치겠습니다.”

1950년 6·25전쟁 중 전주형무소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사건을 수십년 동안 연구해 온 이인철 ‘6·25 민간인 학살조사연구회’ 대표(86·체육발전연구원장)는 매년 이맘때면 가슴이 먹먹하다.

전쟁 당시 경찰로 복무 중에 목도한 전주형무소 학살사건을 그는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전주형무소 민간인 학살사건은 전쟁 당시 전주를 점령했던 인민군이 1950년 9월 26일부터 이틀간 수감자 500여명(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추정)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다.

이 중 300여명의 시신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나머지 175구의 시신은 수습되지 못해 현재 전주 효자공원묘지에 합동 안장돼 있다.

“인민군이 물러난 자리에는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수많은 주검들로 가득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학살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연구활동에 매진했습니다.”

이들 희생자들은 남침한 인민군으로부터 공산주의에 반하는 ‘반동분자’로 분류돼, 형무소에 수감됐다.

당시 인민군은 1950년 9월 15일 UN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궁지에 몰리자, 퇴각하기에 앞서 수감자들을 잔인무도하게 학살했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 지역사회 대표 인사들이 다수 학살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지역언론 및 자치단체는 침묵과 무관심으로 일관했습니다. 이제라도 억울하게 희생된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합니다.”

이인철 대표는 향토사학자 및 유족들과 함께 학살 현장 발굴조사 및 미연고자 유전자 분석·자료 수집 등을 통해 전주형무소 민간인 학살사건을 재구성, 역사적 진실을 규명할 계획이다.

그 첫 걸음으로 6·25 민간인 학살조사연구회는 다음달 전주 효자공원묘지에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제와 추모상 제막식을 열 계획이다.

이와 함께 6·25전쟁 직후 국군 헌병대에 희생된 좌익사범에 대한 연구활동도 진행할 방침이다.

“통일 한반도 시대를 민족갈등 없이 맞이하기 위해선 민족상잔의 아픔을 화해와 통합의 길로 승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평안북도 선천 출신인 이인철 대표는 1948년 남한으로 내려온 뒤, 1950년 9월 대구에서 경찰시험에 합격해 전주로 부임했다. 이 때부터 그는 전주를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지역 체육발전과 향토사학 연구에 힘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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