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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06-22 20:23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를 방문해 젊은이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토리노/로이터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를 방문해 젊은이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토리노/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 토리노서 젊은이 대상
원고 대신 전쟁·믿음 등 주제 연설
세계대전 학살 ‘강대국 방조’도 비판
“무기 제조업자나 무기 산업 투자가가 스스로를 크리스천이라고 부른다면 위선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에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면서 무기 산업 종사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수천명의 젊은이들 앞에서 원래 준비했던 연설문 원고를 읽는 대신, 전쟁과 믿음 그리고 정치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기를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사업가들이나 관리자들이 자신들을 크리스천이라고 부른 일이 생각날 때가 있다. 이건 불신을 일으키는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고 말했다. 무기 산업에 투자한 이들에 대해서도 “이중적이다. 그들은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무기를 만들거나 무기 산업에 투자하면서 평화를 외치는 이들에 대해 “모두 돈 때문에 하는 일들”이라고 비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히브리어로 홀로코스트를 뜻하는 ‘쇼아’에 대해 언급하며 2차 세계대전 당시 강대국들이 대량학살을 방조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강대국들은 유대인과 크리스천, 동성애자들을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데려가는 기차 행렬 사진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강대국들은 왜 (철로들을) 폭파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교황은 1차 세계대전 때 오스만제국이 아르메니아인 가운데 일부가 당시 오스만제국과 대립하던 러시아군에 가담하자 아르메니아인을 학살한 사건에 대해서도 “아르메니아의 커다란 비극”이라며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100만명 이상이 숨졌다, 하지만 강대국들은 당시 어디에 있었느냐”고 질타했다. 교황은 지난 4월 아르메니아 학살 100주년을 맞아 이 사건은 “20세기 최초의 대량학살”이라고 표현해, 오스만제국의 후신인 터키 정부가 바티칸 주재 대사를 소환하며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교황은 다시 한번 아르메니아의 비극에 대해 언급했지만, 대량학살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민자 문제에 대해서도 “사람이 물건으로 취급되는 광경을 보니 눈물이 났다”며 “이민이 경쟁을 부추길 수 있지만 이민자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민자들은 전쟁이나 불의의 희생자들이기 때문이다”고도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선출된 뒤 여러 사회 현안에 날카로운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 마피아의 한 분파인 ‘은드랑게타’의 본거지인 남부 칼라브리아 지역에서 “마피아는 파문당했다”고 선언했으며, 지난주 발표한 교황 회칙에서는 “지구온난화의 대부분은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한다”고 지적하고 “지구 생태계의 전례 없는 파괴를 피하기 위해선 특히 세계의 부유층이 금세기 안에 생활습관과 에너지 소비양태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콜럼버스식 욕망의 그늘                  2015. 06. 22


가톨릭이 넘어야할 영웅, 콜럼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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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3대성당의 하나로 꼽히는 스페인 세비야대성당 안에 있는 콜럼버스 무덤. 

스페인 통일전 4명의 왕이 콜럼버스의 관을 메고 가는 청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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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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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보화로 장식된 세비야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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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대성당 거대한 벽면에 그려진 크리스토퍼성인. 전설속의 크리스토퍼 성인이 아기예수를 안고 강을 건너고 있다.

이 성인의 이름을 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대서양을 건너 유럽의 가톨릭을 세계의 가톨릭이 되도록 한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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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톨레도성당 엄청난 크기의 벽을 가득채운 금 치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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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보화로 만들어진 톨레도성당의 성구들.




스페인은 꽃보다 빛난다. 자연은 태양으로, 성당은 황금으로 빛난다. 최근 스페인을 갔다. 건축, 조각, 명화만으로 눈부신 성당은 금은 보화로 현란했다. 그러나 그 화려함에 감탄만 할 수 없었다. 예수상 뒤로 지난해 남미에서 봤던 이미지가 떠올랐다. 스페인 정복자들의 채찍을 받으며 금과 은을 캐는 인디언들이었다.


콜럼버스(1451~1506)는 5백여년 전 스페인을 떠나 인디언의 땅으로 솔로몬의 황금과 에덴동산을 찾아 떠났다. 세계 3대 성당의 하나라는 세비야대성당 그의 무덤엔 스페인 통일전 4명의 왕이 그의 관을 둘러맨 청동상이 있다. 스페인을 세계제국화하고, 유럽의 가톨릭을 세계의 가톨릭으로 만든 일등공신에 대한 예우다.


고도 톨레도에 가면 성당 벽면에 1백여개의 수갑이 걸려있다. 무슬림 치하에서 감옥에 갇힌 가톨릭인들이 찼던 수갑들이다. 8세기 동안 무슬림들과 치열하게 싸워온 가톨릭에겐 ‘치욕을 잊지 말자’는 전시물이다. 스페인이 무슬림을 몰아내고 통일시킨 바로 그해 콜럼버스는 스페인 왕의 지원으로 항해를 떠났다. 당시 스페인은 이교도 2천명을 화형시키는 등 유럽에서도 종교재판이 가장 성행한 광기가 지배했다.


콜럼버스는 69일의 항해 끝에 한섬에 도착해 ‘산 살바도로’(구세주)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그가 가져온 총과 병균으로 원주민들은 구원이 아닌 재앙을 맞았다. 지난 2002년 콜럼버스가 미대륙에 도착한 날인 10월12일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 저항의 날’로 바꾸는 대통령령을 발동했던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은 “당시 1억명이던 원주민이 불과 150년 후 3백만명으로 절멸했다”며 “그들은 히틀러보다 더 나쁜 정복자들이었다”고 비판했다. 침략자 곁엔 늘 가톨릭 성직자와 성서가 함께했다. 그러나 양심이 깬 신부들도 있었다. 라스 카사스 신부는 “인디언들은 인간이 아니란 말인가”라고 절규했다. 또 예수회 비토리아 신부는 “정복자들은 자연을 파괴한 범죄자로 죄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정복자들은 인디언수 감소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아프리카 흑인 1천여만명을 노예로 잡아 채웠다. 콜럼버스의 항해는 유럽엔 대서양을 열어 산업자본주의를 촉발시킨 구원이 됐지만, 미대륙과 아프리카엔 노예제와 식민이란 대재앙이었다.


콜럼버스는 수도사로 여겨질만큼 독실한 신앙인이었다. 그가 항해를 떠날 때 귀족 칭호를 받고, 총독이 되고, 귀금속의 10분의1를 소유할 수 있다는 약속을 왕으로부터 받고, 후엔 교황에게 자기 아들이 추기경이 되게 해달라고 청탁하는 등 챙길 것은 다 챙기려는 이였지만 표면적인 명분은 ‘선교’였다.

스페인은 교황권을 수호하고 확장해 ‘가톨릭의 장녀’로 꼽혔지만, 광기의 어둠은 오래 이어졌다. 가톨릭제국의 복원을 꿈꾼 프랑코는 1975년까지 36년간이나 스페인을 유럽 최후의 파시스트 국가로 만들었다. 댄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 필요하면 살인도 서슴치않는 광신도집단으로 묘사된 ‘오프스 데이’가 1928년 한 신부에 의해 스페인에서 프랑코정권 등장 직전에 탄생해 바티칸을 움직여온 것도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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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이후 <복음의 기쁨>에 이은 두번째 회칙을 발표했다. 지구가족의 공동체성과 생태적 감수성 회복에 대한 소망을 담았다. 미국 공화당과 에너지재벌등 콜럼버스식 개발과 성장론자들은 이 회칙에 대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 회칙은 첫장에서 “더불어 사는 집(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고 묻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두 배경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하나는 콜럼버스와 같은 이탈리아인의 후손이자, 정복국가 스페인에서 탄생한 예수회 소속이다. 그러나 불평등과 반인권 속에서 신음하는 남미적 상황을 목도한 남미의 사제 출신이다. 그러니 그 회칙이 국가와 재벌권력자들만 겨냥한 것일까. 회칙엔 콜럼버스식 욕망과 가톨릭 제국주의로 인해 과연 미대륙과 아프리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느냐는, 400여년 전 양심적 청년사제들의 물음도 담겨있다고 믿고싶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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