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일 기자 | 승인 2016.02.24 15:05


더민주당 은수미 국회의원이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장 필리버스터 시간을 기록했다. 박한상 의원이 가지고 있던 10시간 15분 기록을 깬 것이다. 


6선의 고 박한상 의원은 1969년 3선 개헌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필리버스터를 10시간 15분 동안 하여 상임위원회에서의 최장 기록으로 남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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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의원실에서는 무제한연설 종료를 알려왔다(은수미 의원 페이스북)

헌정사상 인상적인 필리버스터를 전개한 고 김대중 대통령을 기억할 만큼 국민들에게 각인됐다. 미국의 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오버랩 되기도 했다. 버니 샌더스는 필리버스터를 통해 미국 국민들에게 정치인으로 각인된 경험이 있는 정치인이다.  


은수미 국회의원이 연설하는 10시간 몇 분 동안 SNS상에는 격려하는 글과 소식들이 리얼타임으로 올라왔다. 높은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이 연설 내내 주요포털 검색어에서도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은수미 국회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의 자세와 행동거지, 표정 등 심지어 물을 마시는 것까지 관심의 대상이 됐다. 


24일 02시 30분 문병호 의원에 이어 3번째로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선 은수미 국회의원은 연설 대장정을 위해 굽 낮은 운동화를 신고 최대 가벼운 복장을 갖췄다.


손에는 장시간 마라톤을 위한 연료라고 할 수 있는 자료들이 잔뜩 들려 있었다. 우리나라 필리버스터는 미국과는 달리 그 주제에 관한 것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사안에 비교적 충실해야 한다. 


은수미 국회의원은 자신의 SNS에 "자료를 올려 주십시오, 준비할 시간 없이 필리버스터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광진 의원에 이어 제가 두 번째입니다. 어떤 내용으로 하면 좋을지 자료 및 의견 부탁드립니다. 여기에 올라온 내용을 받아 국민의 의견으로 발표하겠습니다. 같이 밤을 샌다, 생각해주셔요. 여러분의 견해를 받아 필리버스터 하겠습니다"라며 국민들에게 자료를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은수미 의원은 10시간 이상을 테러방지법에 관련한 주제로 연설을 진행했다. 조용하고 차분한 어조로 비어있는 의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소신대로 설명할 것은 설명하고 강조할 것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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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연설을 마친 김광진 의원은 은수미 의원을 응원하는 글을 게재했다(김광진 의원 페이스북)

테러방지법의 부당성과 국정원의 권한 비대 등에 대해서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박근혜 대통령의 언어 구사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특히 단원고 피해자들이 버젓이 있는데도 그를 의식하지 않고 물을 사용한 워딩에 대해서는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는 점을 비판했다.  

테러방지법을 굳이 제정하지 않아도 현행 있는 법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도 부각시키려 애썼다.  


은수미 국회의원은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그의 발언은 10시간 18분 동안 진행됐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싸웠지만,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라고 필리버스터를 끝나는 소감을 말했다. 


은수미 국회의원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장장 10시간이 넘는 기적을 연출한 은수미 의원은 동료의원과 포옹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필리버스터 진행에 대해 매우 신랄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장우 대변인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선거운동으로 정의했다. 또 국가 안보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안보방해, 후안무치한 정당의 발로일 뿐이라고 밝혔다.


법안의 긍정적인 효과는 깡그리 무시한 채 부정적인 부분만 상상하고 부풀려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장우 대변인은 "야당은 마치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이로 인해 엄청난 일이 날 것처럼 선전선동하고 있다"며 "장담하건대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어도 이로 인해 엄청난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한편 제1번 타자로 필리버스터에 임했던 김광진 의원은 5시간이 넘는 대장정을 마치고 지역구인 순천에 내려가 선거활동을 했다.  


김광진 의원은 "은수미 의원께서 정신력으로 버티고 계십니다. 여러분의 많은 응원과 지지가 큰 힘이 될것입니다. 함께 성원하고 응원해 주십시오"라며 은수미 의원의 응원을 부탁했다.  


심우일 기자  press@cbci.co.kr 




'10시간18분' 은수미의 눈물 "저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노컷뉴스 | CBS노컷뉴스 정재훈 기자 | 입력 2016.02.24. 13:55 | 수정 2016.02.24. 14:03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테러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10시간 18분만에 마쳤다.

은 의원은 더민주 김광진,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에 이어 세 번째 무제한 토론자로 나서 이날 오전 2시30분부터 오후 12시48분까지 토론을 벌였다. 김광진 의원의 5시간 32분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가뿐하게 제쳤다.


은 의원은 토론에서 테러방지법안 내용과 관련 기사 등 자료를 제시하며 국정원 권한의 과도한 확대와 통제장치 부재에 따른 국민인권 침해 등을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10시간 18분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친 뒤 동료 의원들의 격려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10시간 18분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친 뒤 동료 의원들의 격려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또 테러방지법안 세부 조항을 지적하며 독소조항의 삭제 또는 변경을 촉구했다.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에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테러방지법엔 테러 방지가 없다"고 규정했다,


그는 "거꾸로 집회에 참석한 시민을 테러용의자에 비유한 박근혜 대통령처럼, 사이버댓글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테러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 모두를 테러용의자로 만들 수 있는 일종의 테러 생성법"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반드시 보호해야한다"면서 "문제는 그 칼끝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자국민에게로 향해 있단 우려, 주인의 자리에 국민 대신 국정원을 앉힌다는 우려"라고 직권상정을 반대했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24일 테러방지법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24일 테러방지법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은 의원은 필리버스터 말미에 물을 마시며 "제가 좀 지쳤나봐요"라고 피로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저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울먹이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생각하는 국민과 제가 현장에서 직접 뵙는 국민이 다르다"면서 "이렇게 다른데 날선 공방을 벌이지 말고 어떻게 하면 화해하고 사랑하고 함께 할 수 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로 토론을 마쳤다.


은 의원은 기다리던 이종걸 원내대표 등 동료 의원들과 포옹을 했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다리가 힘들거다 부축을 좀 해달라"고 걱정하며 "좀 누워서 쉬도록 하라"고 권했다.


이날 은 의원의 토론 중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테러방지법과 관련없는 발언을 한다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은 의원의 "대한민국 정부가 테러방지법엔 신경을 쓰면서 국민이 폭력을 당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발언을 문제 삼으며 "테러방지법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의 무제한 토론 도중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은 의원 발언 내용을 문제삼아 삿대질을 하며 토론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의 무제한 토론 도중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은 의원 발언 내용을 문제삼아 삿대질을 하며 토론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김 의원은 본회의장 통로까지 걸어나와 은 의원에게 삿대질을 하며 따졌고, 은 의원은 "김 의원 혼자 의제 상관 여부를 판단하느냐, 왜 삿대질을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말 같은 얘기를 해야 듣고 앉아 있지. 이렇게 한다고 공천을 못 받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은 의원은 "김 의원은 공천에 따라서 행동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다"라면서 "이건 동료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사과할 일 없다"고 거부했다.


새누리당의 비난에도 필리버스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뜨겁다. 1호 주자인 김광진, 3호 주자인 은수미 의원은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필리버스터를 생방송 중인 유튜브 채널은 2만여 명이 시청하고 있다. 테러방지법 반대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은 의원 다음으로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토론을 하고 있으며 이어 더민주 유승희, 최민희, 강기정, 김경협 의원 등이 대기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정재훈 기자] floyd@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