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2.07 20:36

잊지 않겠습니다

패션디자이너 꿈꾸던 장환에게

※ 안산 단원고 2학년 이장환(17)군의 어머니가 편지글 대신 아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카카오톡으로 <한겨레>에 보내왔다.

아이가 볼 수도 읽을 수도 없는 편지를 쓴다는 건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편지를 쓰려고 몇 번이고 시도를 했지만, 가슴이 먹먹하고 아파와 결국은 못 썼습니다.

우리 아이는 4월19일 밤에 나와 20일 우리에게 왔습니다. 그날은 저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첫 선물로 첫 생명으로 제게 와서 그날도 애타게 기다리는 저희에게 또 한 번의 선물이 되어 왔습니다. 너무도 편한 모습으로, 마치 좋은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와주었고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장환이의 꿈은 패션디자이너였으며 비록 그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선생님께서 대신 이루어주셨습니다. 장환이가 스케치해놓은 그림으로 옷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다정다감하고 언제나 엄마를 웃게 하는 코믹함도 있었고, 저를 자주 안아주며 좌우로 흔들곤 했습니다. 겨울만 되면 찬 손을 목이나 등에 갖다대며 장난치던 아이였습니다. 겨울이 되니 그 모습이 더 그립네요.


이장환군은


단원고 2학년 6반 이장환(17)군의 집은 친구들의 ‘아지트’였다. 금요일 저녁만 되면 늘 친구 두세 명을 데려와 다음날 점심 때까지 놀았다. 장환이는 낙천적이고 쾌활해 친구들이 많았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한 달 전이었던 3월15일, 장환이네는 큰 집으로 이사했다. 그전까지 중학교 3학년 남동생과 함께 방을 쓰던 장환이에게 처음으로 자기 방이 생겼다. 장환이 친구들은 신나서 더 자주 장환이 집에 놀러 왔다. 엄마는 다음날 아침 늦게 아이들 먹으라고 부대찌개를 한 냄비나 끓여줬다.


늘 집에 놀러 오던 장환이의 한 친구는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에 “수학여행 갔다가 돌아오면 집 옥상에서 삼겹살 파티 해달라”고 장환이 엄마에게 넉살 좋게 이야기했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삼겹살 파티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수학여행을 떠났던 장환이와 친구들은 아무도 세월호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나중에 하나둘씩 엄마, 아빠에게 돌아왔다. 장환이는 친하게 지냈던 그 친구들과 지금 경기 안산 하늘공원에 함께 있다.


장환이의 방은 주인을 잃고 텅 비어 있다. 엄마는 아직까지도 장환이 방에 있는 물건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다. 지난 8월25일 아들의 생일날 엄마는 미역국을 끓여 아들을 찾았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