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ressEngine ver.2

글 수 1,141

등록 :2015-05-19 21:01 

잊지 않겠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꿈꾸던 재영이에게


사랑하는 아들 재영이에게.


‘초보 엄마’에게 넌 태동이라는 생명의 신비함을 알려주었지. 핏기 묻은 너를 가슴에 안았던 그 벅찬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단다. 그런 우리 아들이 지금 엄마 곁에 없다는 이 현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꿈이 생긴 너는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지. 입학식을 한 첫날부터 야간자율학습을 한다는 아들의 말에 엄마는 놀라고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리고 1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너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며 네가 너무 자랑스러웠단다. 우리 아들의 꿈은 구글에 입사해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었지. 스티브 잡스의 책이 나오자마자 사달라고 하더니 베개 옆에 두고 읽던 너의 모습에서 청년으로 성장해가는 것을 봤단다. ‘으뜸 단원인 상’을 받고 설레어하는 아들을 보며 엄마는 든든했단다. 사랑하는 아들아, 정말 미안하구나. 그런 너를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서.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을지…. 그 순간 엄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저 무능한 부모가 되었단다.


사랑하는 재영아, 부디 그곳에서는 못다 이룬 꿈 마음껏 펼치며 고통 없이 편히 지내길 엄마는 기원한다. 미안하다 아들아.



김재영군은


단원고 2학년 8반 김재영군은 컴퓨터를 좋아했다. 컴퓨터 부품을 주문해 집에서 뚝딱뚝딱 컴퓨터를 조립했다. 컴퓨터 게임도 잘했다. 엄마는 스마트폰을 사주면 아들이 게임만 할까 봐 폴더폰을 사줬다. 대학에 들어가면 스마트폰을 사주겠다고 했다. 그런 엄마의 말도 잘 따랐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열심히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늘 엄마에게 “나중에 좋은 대학에 합격해서 단원고에 현수막이 걸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곤 했다.


재영이에게는 3살 어린 여동생이 있었다. 엄마는 아들과 딸을 데리고 방학 때마다 이곳저곳 가족여행을 다녔다. 아들이 중학교 3학년 때에는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갔다. 지난해 4월15일, 재영이는 두번째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2년 전 가족여행 때 그렇게도 좋아했던 제주도를 친구들과 다시 찾게 됐다고 들떴다. 하지만 인천항을 떠난 세월호는 4월16일 제주도에 도착하지 못했다. 지난해 4월22일 엄마에게 돌아온 재영이는 지금 경기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잠들어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 그림 박재동 화백
번호
제목
글쓴이
261 엄마 생일때 만들어준 함박스테이크 맛있었어…18년간 너무 행복했다
[관리자]
2014-12-05 4651
260 '도보 행진' 단원고 학생들, 국회 도착
[관리자]
2014-07-16 4649
259 세월호 참사 1년.."정부, 진정성 있는 사과해야"
[관리자]
2015-03-20 4642
258 세월호영웅 김동수씨 "자꾸 생각나는데 잊으라고만"(종합)
[관리자]
2015-03-20 4642
257 “과거사 청산 연장선상 맡은 것”…“심의 참여한 사건 수임은 위법”
[관리자]
2015-01-21 4638
256 다른 사람이 입관하고 장례했다니…한없이 기다리기만 했던 엄마를 용서해다오
[관리자]
2014-11-11 4638
255 미래의 시간 앗아간 대한민국은 손 놓고 있었구나…억울함 꼭 밝혀줄게
[관리자]
2014-11-17 4637
254 배우흉내 잘내고 친구 화해시키고…가족생일마다 건넨 손편지 그리워
[관리자]
2014-08-14 4635
253 “진실을 인양하라” 세월호 가족들 다시 팽목항으로
[관리자]
2015-01-27 4633
252 지금도 뛰어올 것 같은 너…어디로 가야 안아볼 수 있을까
[관리자]
2015-05-19 4631
251 [책] 재판에서 드러난 세월호 사건의 진실
[관리자]
2015-03-20 4627
250 상실과 그리움의 자리에 새로운 빛이 들어와 생명의 소중함 깨닫기를
[관리자]
2015-01-09 4626
249 창원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위령제, 특별법 제정 촉구 /민중의 소리
[관리자]
2014-07-06 4624
248 4월16일 10시15분 ‘아직 객실’ 문자 4월30일 예매 뮤지컬 끝내 못보고…
[관리자]
2014-08-04 4622
247 국제구호 꿈꿨던 하영아, 네가 남긴 선한 흔적들 감사하구나
[관리자]
2014-07-15 4622
246 돈 든다고 화가되길 포기한 딸, 친구 구하러 되돌아간 주아에게 엄마가
[관리자]
2014-07-18 4621
245 “규암 같은 ‘참스승’ 피해 없게 교육부가 ‘친일 오해’ 정리해야”
[관리자]
2015-06-22 4620
244 아베의 ‘두 얼굴’…미국엔 다정·아시아엔 냉담
[관리자]
2015-05-02 4619
243 세계사 줄줄 외던 똑똑한 내 아들아…엄마 좀 꼭 안아주렴
[관리자]
2014-10-28 4619
242 [사설] 특조위원장 농성까지 부른 정부의 ‘세월호 몽니’
[관리자]
2015-04-29 4618

자유게시판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