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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2015-06-21 19:13수정 :2015-06-21 21:04
 김재홍 규암김약연기념사업회 사무총장
김재홍 규암김약연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짬] ‘규암 김약연 기념사업회’ 사무총장 김재홍씨
“일을 시작한 교육부가 교통정리를 분명해 해줬으면 좋겠다. 그게 제대로 안 되니까 다수의 참스승들까지 피해를 볼 뿐 아니라, 스승을 존경하는 풍토를 만들고자 시작했던 사업이 오히려 스승에 대한 불신과 민족의 사표(師表)들에 대한 회의만 조장하는 결과가 되지 않았나.”

김재홍(57) 규암김약연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21일 “그 때문에 그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면서도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도 한다”고 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앞뒤 맥락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단편적 사실들을 근거로 깊이 따져보지도 않고 규암을 ‘친일파’로 모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어차피 그런 사실들이 알려질 것이었다면, 차제에 진실을 제대로 파헤쳐 오해의 여지를 없애고 규암의 삶을 더욱 올바르게 정리하는 기회로 삼겠다.”


19세기 말 간도 한인촌 일군 김약연
명동촌·명동학교 세워 ‘간도의 대통령’
김재준·윤동주·문익환…후학 쟁쟁

교육부 ‘6월 스승’ 발표…슬그머니 교체
민족문제연구소 ‘일제 선전 문건’ 제출
정확한 행적·진위 조사 요구에 묵묵


김약연(1868~1942)은 1889년 함북 종성·회령 등지에 살던 문중 사람들을 이끌고 두만강 너머로 이주해 북간도 지방에 명동촌과 윤동주·문익환 등이 다닌 명동학교를 세웠고 나중에 기독교 목사가 돼 평생 교육·종교운동에 헌신한 선각자다. 1919년 3·1운동 직전인 그해 2월의 무오독립선언과 직후의 3·13 간도 항일시위 때 구심점 노릇을 했으며, 간민교육회(간민회)와 조선민단 등을 이끌면서 ‘간도의 대통령’으로 불렸던 항일독립운동 지사다. 일제로부터 ‘배일사상의 거괴’ ‘요주의 불령선인’으로 불렸던 그는 윤동주의 외숙이었고, 한신대를 설립한 김재준과 문익환·문동환, 강원룡, 안병무 등 개신교 지도자들이 다 그의 후학들이다.


김 사무총장이 얘기하는 ‘그 일’이란 지난 2월 교육부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함께 광복 70돌을 맞아 스승 존경 풍토를 만들겠다며 ‘이달의 스승’ 12명을 발표한 뒤 빚어진 일련의 사태를 가리킨다. 조만식·안창호·주시경·김교신·남궁억 등이 포함된 그 12명 중에 김약연도 6월의 스승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사업 시행 첫번째 달인 3월의 스승으로 선정된 인물인 최규동(1882~1950) 전 서울대 총장이 일제 때 관변잡지 <문교의 조선>(1942년 6월호)에 실명으로 ‘죽음으로 임금(천황)의 은혜에 보답하다’라는 글을 일본어로 실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논란이 되자 교육부는 국사편찬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에 12인 전체 재검증을 의뢰했다. 이에 민족문제연구소는 일제와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가 작성한 몇 가지 문건을 찾아내 제출했다. 규암이 1920년 12월31일 “일본 관헌의 유도에 의해 용정촌 귀순사무소에서 귀순”했다는 내용을 담은 ‘귀순신고자 연명부’ 등이다.


“일부 인사들의 친일행적 혐의 때문에 규암까지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는데도 교육부에선 아무런 후속 조처가 없다.” 그는 민족문제연구소에 대해서도 “당시 상황과 일제가 작성한 문서들에 대한 충분한 연구·검토도 없이 그대로 교육부에 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규암을 친일인사로 의심받게 만들었다”며 섭섭해한다.


규암의 증손자인 그의 항변에도 교육부는 옥석 가리기는 버려둔 채 편법에 가까운 어정쩡한 상태로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원래 10월의 스승으로 발표했던 주시경을 5월의 스승으로 ‘돌려막기’를 한 데 이어 6월의 스승으로는 규암 대신 애초 발표 명단엔 없던, 4년 전 초등교사를 퇴임한 생존 인물을 선정 발표했다. 이는 근대교육자로 하겠다고 밝힌 애초 사업 취지와도 어긋난다.


민족문제연구소 역시 규암과 관련해 ‘친일’ 또는 ‘친일행적’이란 용어 자체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자료에 의거해 조사한 내용만을 통보했다. 기념사업회의 공문에서 표현한 ‘친일행적’이라는 용어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언급한 것이 아니다. (…) ‘친일’ 등을 언급한 적이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일제가 작성한 문건이 있다는 사실만 통보했을 뿐, 그것이 규암의 친일 여부를 밝혀주는 증거문서는 아니며, 그 문제는 추후 조사연구를 통해 밝혀야 할 과제라는 게 민족문제연구소 쪽 설명이다.


문제의 문건에 대해 한성대 총장을 지낸 역사학자 윤경로 교수와 기념회 고문인 서대숙 전 하와이대 교수, 기념회 이사인 이명화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책임연구위원 등은 일제가 작성한 ‘귀순’ 문건은 당시 군대를 동원해 독립운동 근거지였던 간도 한인 대학살을 자행한 ‘경신대참변’ 뒤 일제가 규암의 귀순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한인 사회를 분열시키고 굴복시키려는 선전효과를 노려 임의로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 사무총장은 “그 직후 일제가 본국에 보고한 ‘김약연 진술 의견서’ 등을 보거나 규암의 이후 실제 행적을 보더라도 그가 친일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독립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당당히 밝힌 사실을 일제 문서들은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도 그의 이후 행적에 친일로 의심할 만한 점은 발견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신대참변은 1919년 시위와 1920년 6월 봉오동전투, 그해 10월의 청산리전투에서 연패를 당한 일본이 조선주둔군까지 동원해 간도의 독립운동세력을 무차별 학살하고 검거한 사건이다. 그해 10월9일부터 11월5일까지 27일간 조선인 3469명이 죽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연해주까지 포함해 수만명의 조선인들이 학살당했다.


규암은 1919년 2월, 3·1운동과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진 무오독립선언 39인 서명자 중 간도지역 대표로 참여한 뒤 1차 세계대전 뒤의 파리 강화회의에 대비한 한족대표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연해주에 갔다가 3·13 시위 직후 간도로 돌아갔으나 중국 관헌에 붙잡혀 22개월간 연길현 관아 감방에 갇혀 있었다. 중국 쪽이 규암을 보호하기 위해 구금했다는 설도 있지만, 규암은 22개월 뒤 중국과 일본 관헌의 거래 끝에 ‘귀순’ 형식으로 일제에 넘겨졌다. 김 사무총장은 “이는 귀순이냐 죽음이냐라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며 “그전에도 이후에도 규암이 ‘변절’하거나 ‘친일’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교육부의 자세는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일부에서는 교육부가 내세우고자 했던 민족의 (교육)스승 가운데 다수의 과거 행적이 친일과 연관돼 있는 데 당혹한 우리 사회 주류 실세들이 이를 얼버무리려 하는 바람에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글·사진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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