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2.15 19:18수정 : 2015.02.15 21:44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열린 ‘온전한 실종자 수습과 온전한 세월호 인양을 위한 팽목항 문화제’에 참가한 세월호 가족과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노란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내고 있다. 진도/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진도 사고 수역 찾아 ‘눈물의 호소’

“우리 은화가 저기 있단 말이에요. 근데 왜 안 꺼내 주는 거예요.”

14일 오전 11시10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 해상. 생때같은 딸을 집어삼킨 바다를 바라보며, 단원고생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47)씨가 애써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이씨는 노란 팬지 한 다발을 바다 위에 던지고는 서러움이 복받친 듯 뱃전에 주저앉아 한동안 목놓아 울었다.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가 빌린 9.7t급 낚시어선 307덕원호는 진도 팽목항 인근 서망항을 출발해 1시간여 만에 세월호 침몰 해역에 도착했다. 이 배에는 실종자 가족 6명과 희생자 유족 5명 등 세월호 가족 11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경기도 안산을 출발해 19박20일 동안 450㎞를 걸어온 도보행진단이 팽목항에 도착하는 날짜에 맞춰 팽목항에서 사고지점까지 바닷길 35㎞를 연결하는 의식에 나선 참이었다.

사고지점에는 지름 50㎝가량의 둥근 부표만이 파도에 흔들리고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도보행진단이 국토를 종단하며 다져온 ‘온전한 세월호 인양’의 바람을 전하기 위해 칼바람이 부는 뱃전으로 나아갔다.


안산서 출발 도보단 도착 맞춰
사고해역과 ‘연결 의식’ 가져
‘온전한 세월호 인양’ 촉구 문화제
시민들 “울지 마세요…함께 할게요”


“은화야~!” “다윤아~!”

가족들은 실종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꽃다발을 바다 위에 던졌다. 설을 앞두고 준비한 사과와 곶감을 뿌리는 이들도 있었다. 30여분 동안 머물던 덕원호가 뱃머리를 돌리자 가족들의 울음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이씨는 “내 딸 불쌍해서 어떡해. 엄마가 못 꺼내줘서 미안해”라며 오열하다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서망항에 도착한 실종자 가족들은 임시숙소가 마련된 팽목항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단원고 실종 학생 허다윤양의 아버지 허흥환(51)씨는 “기다림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게 가장 견디기 어렵다. 설 연휴 때는 국민들한테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는 1인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왜 피해자가 이래야 하는 것인지 참 알 수 없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40분 팽목항에선 세월호 가족협의회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한 ‘온전한 실종자 수습과 온전한 세월호 인양을 위한 팽목항 문화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도보행진단과 단원고 생존 학생 27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진실버스’를 타고 달려온 시민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시민들은 “울지 마세요”, “끝까지 함께할게요”라며 가족들을 위로했다.

세월호 가족협의회 전명선 대표는 “실종자를 마지막 한 명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주겠다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정부와 여당은 특별조사위원회를 방해하고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문화제를 마친 뒤 하늘의 별이 된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며 노란 풍선 1000여개를 밤하늘로 날려보냈다.

 

진도/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