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ressEngine ver.2

글 수 1,141
  등록 :2015-06-21 18:49
1983년 4월 서독 관광객이 동독의 국경검문소에서 사망했다. 동독 정부는 관광객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심장발작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사망한 남자는 마흔여섯살의 전직 권투선수였다. 부검에 참여한 서독 의사는 머리와 목에 상처가 있다고 발표했다. 서독에서 헬무트 콜이 이끄는 보수적인 기민당이 집권한 지 겨우 6개월째였다. 그해 동독 공산당 서기장 에리히 호네커가 처음으로 서독을 방문하기로 한 미묘한 시점이었다.

기민당의 강경파들은 동독과의 관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연정에 참여한 자민당 당수는 관광객의 죽음을 ‘동독의 살인’으로 규정했다. 동서독의 대화는 중단되고, 상호비방의 날선 말들이 오갔다. 그러나 교착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서독은 동독에 차관을 제공했다. 동독은 국경의 자동무기를 철거했다. 동서독은 문화협정을 맺고, 인적 교류를 확대했다.

위기 수습 과정에서 헬무트 콜과 에리히 호네커의 인식을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전화를 하면서 ‘이성의 연합’을 강조했다. 분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발적 사건들이 일어날 수 있고, 그럴 때 증오를 부추겨서 과거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이성의 힘으로 극복하자는 데 동의했다. ‘책임공동체’라는 단어도 사용했다. 역사가 부여한 과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책임 말이다. 고비를 넘어선 독일은 결국 통일의 길로 나아갔다.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가 주목할 만한 사례다. 금강산 관광과 5·24 조치의 해결 과정에서도 참조할 만하다. 남북관계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박근혜 정부는 민간교류를 허용할 방침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의미있는 민간교류의 대부분이 남쪽 정부의 반대로 무산되었음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하다. 민간교류는 정부간 대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넘어야 할 산은 많고 높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을 정확히 보려면 언덕에 올라야 한다. 여전히 상호 비방과 중상이 끊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대북전단 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 북한 또한 대화를 할 생각이 있다면 남쪽 지도자에 대한 욕설을 중단해야 한다. 상호존중은 대화의 첫걸음이고 현재의 시점에서 남북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대화의 결과로 얻을 성과들을 조건으로 요구한다면 대화는 성립하기 어렵다. 접촉이 중단된 지난 8년간 쌓인 불신은 중층적이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온갖 악재가 주위에 널려 있다. 아무도 남북관계의 앞날을 자신있게 예측할 수 없다. 대화의 의미와 책임의 실체를 인식하지 못하면 탐색 과정에서 넘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중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또 얼마나 악화되었는가? 5·24 조치 등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들의 지혜로운 해결도 쉽지 않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국내적으로 혹은 남북 모두 책임공동체임을 깨달아야 한다. 여권은 악화된 대북인식을 국내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 익숙하다. 야권 또한 평화정착과 분단극복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방기하고 있다. 올해는 광복 70년의 뜻깊은 해다. 만세를 부르던 그날, 조선팔도에 넘쳐나던 열망의 순간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분단의 오랜 세월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정치하는 사람은 역사라는 무대에 올라가면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6·15 공동선언 15주년이 무의미하게 지나갔다. 미묘한 변화들이 기존의 관성을 넘지 못하고, 결정적으로 메르스 사태에 영향을 받았다. 8·15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이것이 마지막 기회로 보이는데,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 소중한 시간들이 소진되고 있다. 남북 정부에 묻고 싶다. 역사적인 광복 70년을 이렇게 흘려보내도 되는가?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번호
제목
글쓴이
161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유족회 임원진
총회사무국
2012-06-10 8106
160 野 雪
낙산도령
2012-06-10 7975
159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유족회 창립총회 거행
총회사무국
2012-06-09 10071
158 < 김광호 법사의 글을 읽고난 소감 >
총회사무국
2012-06-08 8997
157 희망과 연대 file
[관리자]
2012-06-07 7209
156 " 오원록씨 당신만큼은 입이 열개라도 말을 해선 안됩니다 ! "
김광호
2012-06-07 9431
155 조동문국장의 글을 읽은 소감
정명호
2012-06-07 9463
154 조동문 사무국장님!! 1
유족
2012-06-06 8900
153 유족회 '리더'로서의 갖추어야 할 덕목, 자질...
조동문
2012-06-06 9911
152 전국유족회 재창립의 불가피성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오원록
2012-06-06 7716
151 글은 얼굴과 마음입니다.
조동문
2012-06-06 7005
150 조동문의 호소문 < 무엇이 두려운것이냐 > 1
창립사무국
2012-06-06 8045
149 한국전쟁유족회입니다.
조동문
2012-06-05 6848
148 범국민위원회 회원님들을 초대 합니다
정명호
2012-06-04 7011
147 마지막 충고
정명호
2012-06-04 8102
146 " 아! 슬프다 ! "
김광호
2012-06-03 8031
145 한국전쟁전후 피학살자 유족회원의 아픔
정명호
2012-06-03 8832
144 " 불나비 심정의 박봉자님을 위한 사모곡 "
김광호
2012-06-03 8306
143 "현 정부는 말로서는 안 된다. 제가 앞장서겠다." !!! 흔쾌한 충격!
[관리자]
2012-06-01 9395
142 우익관변단체의 김종현과 조동문의 악랄한 총회방해공작이 드러나다 1
억새풀
2012-06-01 9848

자유게시판



XE Login